-
-
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평점 :
밤에 가족들에게 남길 글을 쓴다면... 좋은 글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괜히 말이죠.홀로 남아 있는 이를 떠올리니 밤이 주는 외로움이 더 잘 보여서일지도 모르는데요. "삶과 죽음,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밤의 유서는 삶과 죽음, 어려운 나와 너 사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이라면 실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병으로 자신의 몸이 조금씩 굳어가다 몇 달 후면 움직일 수 없을거라는 최악의 진단을 받은 알버트는 아내 에이린과의 추억이 있는 호숫가 오두막집에 들립니다. 자신의 얼마남지 않은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 여기고요. 그렇게 그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뭘까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가 않았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눈에 빤히 보이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것들을 더 좋아한다는 걸 그를 보면, 그리고 나를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데요. 사실 인간에게 제일 필요한 건 눈에 안 보이는 것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손길에서 전해오는 걱정, 날 보면 웃는 그 얼굴에서 느껴지는 사랑이라던가 그런 것들이요. 흔할 땐 너무 넘쳐 지겹다 싶다가도 찾을 땐 없어 날 괴롭히기도 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정해진 길이라 답답할 것만 같던 인간의 길, 그 끝에 서있는거나 마찬가지인 알버트에게 무엇이 힘을 주었나를 보면서 어떻게 걸어 가는 게 소풍가는 길 같은건지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우리 스스로를 우주의 티끌이라 칭하기 보다 우주의 불꽃 또는 섬광이라 부르면 어떨까? 우리는 우주의 암흑속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118
밤에 전하는 글이 따스하게 다가올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알버트 가족인데요. 그들이 보여주는 희망속에서 우리도 적당한 시간, 좋은 순간을 잘 채워갔으면 하게 됩니다. 이렇게 최악으로만 보여도 이 모든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조용한 밤에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