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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탐정 조즈카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가끔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재조명될때면 명탐정이나 영매를 떠올리게 됩니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명탐정이나 혼과 연결될 수 있는 영매가 있다면 적어도 억울한 이의 죽음에 대한 한은 풀어줄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영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영매 조즈카 히스이와 추리소설작가 고게쓰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심령과 논리를 조합해 진실을 제시한다."-181
고게쓰는 히스이의 매개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 둘을 만나게 한 학교 후배 유이카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집을 같이 방문하기로 한 히스이는 유이카의 죽음을 보자마자 비틀거리더니 범인은 여자라는 말을 합니다. 당연히 그게 무슨 소리인건지 영매 능력을 믿지않는 고게쓰는 궁금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히스이는 누군가의 죽음이 있었던 자리에서는 죽은 이가 본 걸, 그러니까 범인의 희미한 흔적을 자신도 볼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던 고게쓰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그녀를 점점 믿게 되고 연약하기만 한 그녀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신을 어쩔 수 없게 됩니다.
사건 주변인들의 기운을 읽어내거나 죽은 이가 본 걸 히스이가 고게쓰에게 알려주지만 그는 그 사실을 경찰에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증거 우선주의여야 하는 경찰에게 영매가 영을 통해 누군가를 봤고 희미하게 비친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해봤자 통하지 않을테니 말이죠.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녀가 본 단서를 고게쓰가 풀어 그것에 맞는 범인을 찾아내기로 하는데요. 그 와중에 연쇄살인은 일어나고 그 연쇄살인마가 다음 타겟으로 하스이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게 됩니다. 그걸 히스이는 운명처럼 느끼고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비로소 육감이 발달되어있는 이들의 운명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겠다 싶어집니다.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히스이가 안 됐다는 마음도 들게 되구요. 이런 그녀에게 마음이 쓰이는 고게쓰는 어떻게든 그녀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지만 사건이 자꾸 생길수록 불길한 예감도 다가오는 걸 그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고게쓰가 히스이에게 놀라는 일이 생기게 되고 왜 영매 탐정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 "역시나 그래서 그렇구나"하게 됩니다. 이런 하늘하늘한 히스이가 사건을 꼭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까지 듣고나면 더욱 더 말이죠. 보통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는데, 히스이같은 이가 있다면 억울한 죽음은 많이 줄겠다 싶은데요.
"눈으로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온전히 별개다."
혼을 통하지 않아도, 혼을 통해서도 사건을 만든 범인은 꼭 잡아야하는데요. 가까이에 있던 연쇄살인마의 냄새를 지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다음 편에서는 더 잘 알게 되서 느낌이 확 달라져있을 히스이의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 전에 분명한 단서가 되어 줄 그녀의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