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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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입니다."-24

삶에 주눅들어가는 변호사 비요른은 부인의 강요에 의해 명상을 하기로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참여였는데요. 받아들임과 그럼으로써 얻게 된 자유라는 (알것같지만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명상에 관한 문장들을 이해해가는 시간이 처음에는 뭉친 뒷 목에 효과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동료간 대화기술이나 가족의 평화를 만들 때, 심지어는 살인에도요.


살인과 명상, 이 무슨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까 싶은데요. 그의 명상 선생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명상의 매력" 이란 책을 꼬박꼬박 찾아가며 비요른은 자신에게 다가 온 위기를 하나씩 처리해 갑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가 매번 더 큰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대신 떠앉게 됩니다. 그가 상대하고 있는 건 악명높은 조직이고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서로를 어떻게든 잡아먹으려고 하는 두 조직이니 말이죠.


어쩌면 엄마들의 쓸데없는 걱정인줄 알았던 "친구를 잘 사귀여라"는 말이 이런 때는 사실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어렵게 공부해 형법 변호사가 됐는데 그가 맡은 일은 합법하고는 거리가 너무 먼 드라간 조직의 일을 처리하는 일이였고 (거절이 되는지는 모르나 처음에 했더라면 이런 일에 발 담그지 않아도 되었을 듯하니 말이죠.) 그 일은 처리 할수록 그가 하고픈 일에서 멀어지게 했으니 말이죠. 드라간 조직의 일을 자의로는 놓을 수 없는 비요른은 이번에도 드라간의 어처구니 없는 일을 처리해야하는데요. 감사하다는 인사말로도 부족할거 같은데 드라간은 이번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그의 가족, 특히나 딸 에밀리가 어떻게 될거같냐는 협박으로 그를 옭아매려합니다. 비요른, 어쩔 수 없이 에밀리와의 소풍에 드라간을 트렁크에 실어 같이 가게 되고 조직간의 연락을 맡는 일까지 하게 됩니다. 드라간이 사라지자 경찰과 조직들은 중간에 있는 게 분명한 비요른의 목숨까지 위협하게 되구요.


"중요한 것은 거짓과 진실을 택하는 당신의 마음가짐이다."-369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이런 말들이 비요른에게는 담담하고 침착하게 살인이라는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지도서가 되어갑니다. 때로는 경찰들도 치를 떠는 조직원들이 그를 섬뜩하게 볼 정도로 말이죠. 그는 명상서를 찾아보며 자신에게 생긴 문제를 나열하고 자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결해가는지를 아주 건조한 어조로 말해주는데요. 들으면서 그의 행동에 중독되가는 맛도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는 침착하게 자신이 늘 명상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트렁크를 닫으면서도 명상에 빠져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분명히 웃고 있을거 같은 그를 절로 상상하게 되면서 살짝 소름도 돋게 됩니다. 이렇게 명상이 어디에나 효과가 있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데요. 명상 살인은 계속 된다는데 저 역시 명상으로 마음 달래며 그 시간을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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