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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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생이라 하면 아직은 어리다 싶은데 그들이 친구에게 한 짓이라며 뉴스에 나온 걸 볼 때면 놀라게 됩니다. 인간이 마음먹는다면 저렇게 잔인한 것인가 싶어서요. 더 체인 역시 그렇습니다. 내 안에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 나를 위해, 혹은 내 아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나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내 딸,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널 대신할 희생자를 찾았으니까."

이 끔찍한 이야기가 2012년 멕시코시티에서 일어난 피해자 교환 납치라는 사건을 접하고 난 후라는데.. 이런것이 존재한다는 걸 몰라서 다행인건지 이제껏 조심 안 한 날 탓해야할지 모르게 됩니다.


어느 날 레이첼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서워하는 이야기를 전하죠. "당신의 아이가 ..."라고요.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싶지만 익명의 협박자가 보내온 사진에 있는 건 분명 그녀의 딸 카일리가 맞습니다. 암이라는 병마와도 싸워야하는 레이첼, 절망으로 슬픔속으로만 가라앉고 싶지만 카일리를 위해 그럴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런데 협박하는 전화 속 여자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계좌를 보낼테니 돈을 보내고 카일리를 대신 할 아이를 납치해 그 가족에게 자신과 같은 짓을 하라는 겁니다. 그래야 카일리를 풀어줄거고 이것이 그들을 옭아맨 "체인"의 요구라는데요. 말도 안된다 싶은데 이 모든 게 끝나야 자신의 아들이 풀려난다는 절박한 협박자의 목소리에서 이 모든 게 진짜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레이첼은 어느 순간 납치할 아이들을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일만큼은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체인은 그녀를 놔주지 않고 카일리를 다시 보고 싶다면 이 일을 끝내야 한다는 걸 결국은 받아들이게 됩니다.


절대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일을 하게되는 레이첼을 보며 이 일이 끝이 날 수 있을까 하게 됩니다. 이 일이 어떤 의미로든 성공한다고 해도 레이첼과 돌아온 카일리의 가슴에는 자신도 범죄자라는 상처가 남을 거고 그렇지 않아 카일리를 잃는다면 그것 또한 레이첼은 받아들일 수가 없을테니까요. 이렇게 절대적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됩니다.


키르케고르는 말했다 권태와 공포는 만악의 근원이라고...-89

레이첼은 본능적으로 알아냅니다. 체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당연 레이첼은 자신은 그런 존재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럴 수도 없을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작이 그랬듯 일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게 됩니다.


체호프의 법칙은 실천한 셈이다(1막에 권총을 소개했다면 3막에서는 총을 쏘아야 한다. 안 쏠거면 없애버려라.)p.450

머리와 총, 본능과 이성,범죄자와 공범을 나누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는 생각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는데요. 결국 인간은 생각지도 못하게 잔인하고 단호해질 수 있다는 걸 보게 됩니다. 도덕과 질서라는 걸 아는 뇌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만이 지배하는 상태가 되면 말이죠. 특히나 나의 아이가 관계되어 있다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진짜 무서운 일은 이게 아닐까 싶은데요. 체인과 마주하기가 생각보다 쉬웠다는 아쉬움에도 이 생각의 시작만으로도 생긴 소름과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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