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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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오래된 이야기도 금세 만든 빵처럼 말랑하게 빚어내는 이들이 있는데요.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에 나오는 일본의 근대 작가 여섯명이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기에 더욱 아쉬운 이들의 이야기를 단편 2가지씩 볼 수 있는데요. 현실은 힘들지만 그 공간을 탈출하게 만들 방법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싶은데 그게 오히려 슬프다 싶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내일을 불안해하는 조급증이 없었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써갈 수 있었을까 싶으니 말이죠.


일본의 5천엔짜리 지폐에 히구치 이치요, 그녀의 초상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1895년 1년을 집중적으로 대표작들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섣달그믐'은 새벽에 일어나 물을 긷는 착한 하녀 미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미네의 절박함과 대비되는 부자 주인이 당하는 일들은 당연 쌤통입니다.그래서 그 결과가 더 드라마틱했음 싶지만 그렇지 않기에 오히려 그 당시 실상을 더 잘 보여준 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아이가 찾아온 후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싹터가는 부부의 '우리 아이'는 시대를 넘어서는 우리 아이에 대한 마음이 느껴질정도로 애틋합니다. 그래서 24살까지만 살았던 그녀가 어찌 이런 부모의 마음이나 부부의 생활을 알았을까 싶어지는데요. 두 이야기 다 그 당시 사람들의 순수함을 깨끗하게 그리고 있어 절로 마음이 순해지게 만들게 됩니다.


그 후 5명의 작가들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못마땅하게 여긴 아이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그제서야 비로소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와 권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저속하고 따분한 인생을 겨우 잊을 수 있었다'는 밀감의 남자처럼 없는 게 더 많아서 애틋하다 못해 화가나는 가족에 대한 마음,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자기 마음뿐이라는 것,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과 그와는 반대로 정들고 헤어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등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깊이와 쓸쓸함, 그리고 잊었던 추억을 소환하게 되는데요.


현실적이지만 동화다 싶게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은 우리 어른들의 추억을 꺼내게 한다는 점에서 '빛난다' 싶습니다. 그들이 우리 곁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꺼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게 되구요. 조용하게 다가와 바람 슬쩍 불 때마다 머리를 울리는 처마 밑 작은 종처럼 "쟁"하는 소리를 내기때문인데요. 시대가 느껴지면서도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게 다가오는 이야기라서 일까요, 그들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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