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 -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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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뿌린 씨는 제가 거두겠습니다.-91

이것만 잘 지켜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말이죠. 특히나 우리를 위해 일한다고 목놓아 부르짖는 정치인인에게는 더 말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우리보다 더한 고통을 주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벌을 받을만한 잘못을 했다면 우리가 그렇듯 그들도 올바르게 처벌받기만을 바랄뿐이죠.


이케이도 준이 이번에는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써냈습니다. 한자와 나오키에서의 뼈아픈 유머, 그리고 있었음 싶은 통쾌한 복수가 그의 특기인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생각과 달리 누군가에 의해 몸이 바뀐다는 판타지물입니다. 그래서 혼란에 빠진 총리 아빠와 정치가 너무 싫다는 아들 쇼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정녕 그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곧장 그가 잘하는 비판과 묻어두었던 진실로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부모들의 눈에는 어리고 나약하게만 보이지만 이미 자신들의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게 만들고 말이죠.


질문도 던집니다. 정치가가 정치적 역량만 있으면 되는거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게 맞는것이냐. 또 다이잔과 몸이 바뀐 아들 쇼가 연설문을 작성해줬음에도 말이 꼬이거나 한자를 읽지 못해 매끄럽지 못한 연설로 반대당은 물론이고 언론의 포화를 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런 지식적 역량도 필수로 요구되는거냐는 질문인데요. 일본의 한 총리가 한자를 못 읽는 일이 생겨 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는데 그런 일이 우리에게 생긴다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신의 일이나 신념에 관한 연설문을 잘 못 읽어내려간다거나 반대당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한다는 건 일을 잘 해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할 수 있을거같은데 한자를 못 읽는다던가 애인이 있는 정치인을 비난한다는 건 어떨까 하구요.


거기도 일종의 직장이니 일만 잘하면 상관이 없을거 같지만 자신의 몸이 아들과 바뀌었듯, 역시나 정적인 정치인이 딸 에리카와 몸이 바뀌었다는 걸 알면서도 은근 즐긴다는 다이잔의 행태를 보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떠오릅니다. 이래서 비난할 수 밖에 없다 싶구요. 가정에서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 가정밖에서의 약속은 잘 지킬거라 믿기 어렵기에 말이죠. 이런 것뿐 아니고 나라를 거의 팔아먹는거나 마찬가지인 정치인들의 욕망과 기업인들의 속셈, 그러면서도 서로를 뒤에서 비난한다는 것, 정치평론가 역시 비난했던 정치가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 등 우리 현실에서의 여러 모습과 비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이런 저런 생각을 불러올 이야기들을 판타지에 묶어놓은 걸 보면 역시나 이케이도 준이구나하게도 되구요. 그 역시 소설이라지만 정치인들의 압박을 느끼기는 싫어서 에둘러 이런 판타지를 만든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젊은 날의 이상에 가까웠던 꿈을 잃어가는 자들의 추레함과 후회를 보면서 예전 느낌과 달라진 우리나라 정치판 인사들도 떠올리게 되는데요. 꾼이 나은건가, 바보가 나은건가 ..읽다보면 고민할게 없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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