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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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발을 내딛는다는 건 뭘까...싶을때가 있습니다. 내 운명이 이래서 이럴 수밖에 없었노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면 더욱 더 말이죠. 물론 같은 운명앞에 꿋꿋이 맞선 이도 있지만 과연 나는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건, 어두운 뒷골목을 벗어날 생각도 못하는 핑키같은 이를 만났을 때입니다.

 

 

17살의 핑키, . 괜히 귀여운 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완전한 오판입니다. 핑키를 본 이들은 하얀 그의 얼굴을 보면서 애송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면에는 어두움밖에 없으니까요. 그를 거둬준 카이트가 상대편 조직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핑키는 조직을 물려받게 됩니다. 그건 그가 카이트의 복수를 실행했기때문일텐데요. 그 복수로 그는 조직의 대장으로 인정받게 되지만 이제 그는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공격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사랑을 혐오하고, 더불어 연애를 겁내는 그가 어수룩하게 사건을 처리한 조직원 뒷처리를 하다 로즈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닮아 떼어놓을수도, 그렇다고 처리할 수도 없는 로즈는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첫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자신을 봐준 첫번째 남자애라서 일건데요. 로즈, 불안해하면서도 핑키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그런 그들이 사건으로 얽히게 된 건 쓸데없이(핑키의 눈으로 보면) 어쩌다 만난 남자 프레드의 죽음에 끼어든 아이다때문이기도 한데요. 절대악을 선택했다는 그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그녀, 자신의 일상을 내던지고 프레디 사건을 조사하다 자신이 핑키를 어디선가 봤음을, 그러다 로즈라는 아이가 위험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브라이턴 록"은 영웅이 없는 소설이라고 하는데요. 끈질긴 아이다를 통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구원은 조금 더 친절한 마음을 가진 인간에게서 온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닐까 하게됩니다. 절대적 힘을 가진 신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요. 천국과 지옥이 뭔지 잘 아는 로즈지만 자신이 구원을 받았다는 것도, 어쩌면 더 불행했을 인생을 구해줬다는 것도 모르지만요.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도...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409

"내 말 들어.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이야."-409

이렇게 아이다는 엄마같은 마음으로 로즈가 받지못한 애정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알려 주고 싶어하지만 로즈는 알지 못합니다. 자신을 진실로 대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말이죠.

 

브라이턴 록은 자신의 마음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핑키를 보여주면서 발을 딛은 악은 흔적을 남긴다는 걸 보여줍니다. 하나로 끝날 줄 알았지만 계속 일들은 꼬리를 물고 원치 않는 상황을 보여주니 말이죠. 간혹 이 순간 그가 변할 수도 있겠다 싶은 때도 있지만 곧 그는 자신이 독으로 가득 찬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지우는데요. 그건 악에서 최악으로... 핑키가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인데요. 아이다같은 이가 조금더 가까이 있었더라면 달라지지않았을까 싶지만 로즈의 부모를 생각해보면 그의 사라지지않는 어둠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6월의 엷은 햇살속에서 최악의 공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510

 

세상에 따뜻함이 있다는 걸 몰랐던 어린 살인마와 세상풍파에 찌들어도 유머와 사랑을 놓지 않는 평범한 추적자의 서스펜스 누아르는 그들 뒤에 더 비극이 남아있을거 같아 불안함을 남기는데요. 흑백으로만 떠오르는 이들, 결국 인간의 본성은 변하는건지, 그렇지않은건지 질문에 답을 주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잔잔하고 어찌보면 애잔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면서 그래도라는 인간의 희망만 남겨두는데요. 변하지 않는다 했던 아이다가 그랬듯 변한다 했던 그녀가 기꺼이 행복쪽으로 걸어가기를 바라봅니다. 그냥 보통의 친절을 가진 인간의 마음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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