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의 해부 - 인지심리학자의 눈으로 소설과 영화 속 반전 읽기
베라 토빈 지음, 김보영 옮김 / 풀빛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말하는 영화나 이야기들에 우리는 열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이런 이야기에 열광할까, 현실이 너무 따분해서일까 라는 단순한 생각이였는데요. 반전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인지과학적으로 풀어낸 "놀라움의 해부"는 그 이유가 보다 멀리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성이 중요하다는 건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호메로스의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가 시인들에게 "거짓을 이야기하는 올바른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라 했다니 말이죠. 추리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도로시 세이어스 역시 그의 말을 잘 풀어주었는데요.

 

"바보도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바보라면 그 거짓말을 믿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은 진실을 말하되 지적인 독자가 스스로를 속이도록 함정에 빠트리는 것이다."-221

스토리텔러들은 우리가 책이나 영화등을 통해 전개되는 스토리를 보면서 잘 따라가고 있다고 믿었던 사실이 교묘하게 꼬아놓은 문장들의 조합이나 숨김인 전개방식를 택했을 땐 찬사로, 대놓고 처음부터 기만에 가까운 화자의 속임수로 시작하고 마지막에서야 겨우 알려줄 땐 배신감등의 방식으로 나타날 놀라움을 준비한다고 하는데요.같은 놀라움이지만 우리 정신의 한계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갖느냐 플롯이 주는 만족감이냐의 차이에 따라 감탄의 정도가 분명 다르다는 걸 알려줍니다.

 

작품 속 어떤 인물에 우리는 왜 열광하고 때로는 그의 눈물나는 고백을 무시했을까의 이야기도 볼 수 있었는데요. 분석을 따라가다보니 좋은 이야기 구성을 배운다 싶게도 됩니다. 작품에서의 '지식의 저주(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거나 과거에 대해 생각할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경향)'와 '알아차림(전환점이 되는 결정적 발견의 순간)'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1장에서는 지식의 저주( 지식 자체는 진짜지만 그 지식의 저주때문에 잘못 추론하게 되는 경우와 허위 지식인데 '알고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흔히들 있다고 합니다)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스토리들의 예시, 2장에서는 지식의 저주 및 관련 효과에 대한 과학적 탐구, 3과 4장에서는 놀라움의 구축을 특징지을 수 있는 구체적 방법과 모티브를, 5에서 8장까지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의 역학관계가 수사학적, 윤리학적 영향력에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분석해주고 있습니다.

 

여러 작품들에서 우리가 흔히 속았다 느끼면서도 찬탄을 했던 이유가 결국은 우리가 그 작품들에 진짜 놀란 이유였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인식, 속았다는 깨달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마지막 순간의 계략을 파괴할 방법이 드러날때 "희생양"이 희생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책은 중요 내용을 알고 읽으면서도 느끼는 시원함,놀라움의 정도가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지는데요.

 

이렇게 놀라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비슷한 문장을 갖고 생기는 미묘한 차이나 어떤 전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지를 알게 되는데요. 저자가 '스포일러'라 걱정한 아직 읽지 못한 이야기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몇 몇 이야기들은 찾아보자 하게 됩니다. 물론 궁금한 특징이나 결론을 알려준 이야기임에도 말이죠.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 이유로인지의 분석을 봤음에도 "나도 과연 그렇게 느낄까" 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기묘하게도, 우리는 책을 읽을 수 없다. 다시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좋은 독자, 중요한 독자,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독자란 다시 읽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시공간적으로 알아가는 이 과정 자체가 우리와 예술적 감상 사이를 가로막는다.-55(첫번째 책읽기란 아예 읽기가 아니며 준비운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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