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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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무서운 건 뭘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건 내가 상대하고 있는 이나 물건을 "이럴것이다"라고 규정지을 수 없을 때일겁니다. 정해지면 사람은 그에 맞는 나름의 대응을 준비하게 되는데, 그 전 상태일때 우리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행동에 일관성이 없게 됩니다. 보는대로 달라져 보이는 상대를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가게 놔둘 수 없어서요.

 

그녀 자신의 사연은 과연 무엇이였을까, 가 더 궁금해지는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역시 그런 느낌입니다. 8편의 이야기가 각각 다 끝나면 그 다음 이야기가 이런 방향, 저런 방향으로 뻗어나가는데 어느 쪽이 맞다라고 정할 수 없어 혼란에 빠지게 되거든요. 집이란 모름지기 온갖 실용적 불편함이 있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펴는 보인 부부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는 나중에 알게된다는 존재의 정체도 그렇지만 "제가 여기로 그 사람을 보냈어요"라는 메리의 외침이 무섭다 싶은데요. 같은 경우는 아니더라도 가서는 안되는 길이나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란 찰나의 운명에 휘둘리는 인간의 예측불가한 미래가 돌아보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싶어집니다.

 

온 힘을 다해 브림프턴을 막으려 했지만 죽은 하녀가 그랬듯 지금의 그녀도 막지못했다는 ... 브림프턴 부인의 비극을 말하는 "하녀를 부르는 종소리",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건강할때나 아플때나'라는 흔한 문구가 왜 결혼식마다 쓰이는지 알게만들어주는 "귀향길", 기도하러갈때마다 아름다움이 더 빛나던 "기도하는 공작부인" 의 조각상 얼굴이 일그러졌던 이유, 구할 수 있던 이의 비극에 앞으로도 괴로울게 뻔한 이의 "밤의 승리", 죽고나서야 알게된 진실은 그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충만한 삶", 마음껏 마시는 물의 소중함이 더 느껴지게 하는 "페리에 탄산수 한 병", 집에 가기 전에 비누 한 상자를 사겠다는 냉철한 부인의 말이 섬뜩하게만 다가오는 "매혹"등 이야기는 사랑과 애증, 이성과 본능이 뭘까 싶게 만들기도 하고, 그렇다면 사람의 본성 저편 "느낌으로 알게되는 그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게 만드는데요

 

"공포에 길들어서 영원한 공포를 당연한 일상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자기 모습을 깨달았다. 정신은 또렷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독약을 마신 것 같았다."-47

이런 마음이 공포에 빠져드는 인간의 심리이자 이디스 워튼의 마음은 아니였을까 싶어지는데요.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까지 연이어 생각하는 게 인간의 주제넘은 일이자 자신을 옭아매는 상상속으로 빠져들게되는 일의 시작이 아닐까, "환상이야기"가 알지도 못하는 우리 역시 지금도 환상의 세계속으로 끌고들어간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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