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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삶을 포기할지 결정할 자유를 가진 걸 알면, 내게 힘이 있다는 영감을 얻고, 전쟁터에 선 병사같은 평정심을 얻는다."-33
삶과 죽음은 여전히 인간에게 풀어야 할 숙제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는 죽으려하고 누군가는 죽지않기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니까요. 예전에 자신을 행복전파자라고 칭하던 이가 있었는데 그 역시 이전 이야기들과 다른 행동을 했기에 그 때 많이 궁금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도대체 어느 순간에도 웃을 수 있다고 했던 이가 왜 그랬는지 말이죠.
"왜"이건 남은 자들의 슬픔을 배가 시키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계속 이렇게 타인들의 생각을 의식하는 점이 인간을 고유한 종으로 만드는 요소인만큼 인간을 괴롭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하는데요. 인지 이론가 니컬러스 험프리가 인간들을 동물 왕국에서 타고난 심리학자들이라고 했다는 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우리가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괴로울 일이 줄어드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홀로 된 무인도에 남는 건 사람을 괴롭게 만들겠지만 원래 혼자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그냥 묵묵히 적응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죠.
본인 스스로 밝혔듯 자신 역시 죽음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느꼈던 적이 있다는 저자 제시 베링도 솔직히 (물론 100프로라 보장 할 수는 없습니다. 나나 그를 포함한 여러 심리학자, 철학가, 종교인들이 말하듯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지 못하니 말이죠) 말합니다. 그 고비를 넘기게 한 게 한 순간의 기다림, 의도한 것이듯 그렇지 않았던 잠깐의 타임이라구요. 그렇게 어두운 생각을 지나게 한 게 별게 없어서 그 무게가 그만큼이나 무거웠던 걸까 싶을 정도인데요. 그만큼 충동이란게 인간을 흔든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걸 했다간 망한다."-292(서사시 지옥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14세기에 시인 단테가 보낸 메세지)
죽음 직전에 보이는 이해안되는 징후들, 그에게 자문을 구하는 본인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누군가의 죽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걸 보게 되는데요. "그러지 않았더라면" 싶은 이야기들은 불편함속에서도 진실을 보여줍니다. 충동을 이기게 하는 건 어이없지만 철학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싶구요. 누구나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야 그만큼 그 순간을 지나는 방법도 많고 ,그렇게 감정,이성,종교,철학,과학으로 정리해보면 별게 아닌 게 살아야 되는 이유가 된다는 것도 보여주니까요.
"깨달음은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온다, 성경 구절, 연인의 눈에서 번뜩 지나가는 자각, 니체의 경구, 어느 소나타 곡, 아이의 포옹, 시간이 머무고 잠깐이나마 신이 존재를 드러내는 심오한 순간, 세상이 이해된다."-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