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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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신문을 읽어주는 남편 짐이 있습니다. 의견을 말하는 중간중간 아내를 보며 여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아닌가 싶은데 아내 데이지는 계속 딴생각을 하다 불안해합니다. 자신이 죽은 꿈을 꿨다면서요. 가끔은 누구나 별 이상한 꿈을 꾸는지라 가볍게 넘길거 같은데 데이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묘비에 쓰여진 자신의 이름과 4년전 날짜가 너무 생생해서요.

 

그녀가 기억을 잃었다 찾아가는 과정인걸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4년전 그 날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할뿐 대부분의 자기 인생을 기억 잘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역시 그럴겁니다. 10년전 그 날 당신이 뭐했냐는 질문에 떠올릴수 있는 건 별로 없을테니 말이죠. 그런 그녀가 피나타 탐정을 통해 그 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아무것도 아닌 그 날속에 사실 사건이 있었다는 게 그녀의 아버지 필딩, 그녀의 어머니 에이다, 문제많은 후아니타, 사랑하는듯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짐을 둘러싸고 점점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좋은 결혼 생활에는 일정 부분 역할극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진실을 감춘 역할극이 뭐가 될까 싶었는데 꼭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것같네요. 어떤 관계든 맺는다는 건 풀어갈 일이 생긴다는 거니까요. 남편과 아내, 부모와 아이, 스쳐가는 인연인줄 알았는데 머무는 인연등 , 관계는 꼬이지 않아야 할 순간에 꼬이게 되고 그 일은 상처가 되지만 어딘가에 감춰두고 모르는 척 하곤 하는데요. 사연을 알고나면 "고작??" 이라 할수도 있지만 젊었을땐 자신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을 모르는척 한다는게 쉽지않기도 했고 또 그 때와는 시대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으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달랐을걸이라 말할수는 없게되는데요.

 

꿈에서 사랑과 진실이야가를 끌어내는 "내 무덤에 묻힌 사람"에서는 이렇게 오래전 추리소설의 낭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추리보다는 탐정이 가진 고뇌와 좌절, 의도치않게 혼자 남게 된 이의 씁쓸한 인생의 짙은 향이 더 많이 풍긴다는 점에서요. 20세기 심리 서스펜스 일인자라는 명성을 얻은 마거릿 밀러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시간의 빛을 발한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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