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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평점 :
"하나의 배우자를 선택하고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415
이 점이 결혼의 나쁜 점 아니냐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나중에라도 그 사랑하는 마음이란 게 변했는데 결혼 증명서때문에 같이 살아야 하는 거냐구요. 아마도 대부분의 결혼 반대론자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면 상대방은 말하죠, 이 사랑이 변할거 같다고 생각하면 당장 떠나버려 라구요. 그러면 또 상대는 말하겠죠. "아!! 맞아. 우리 사랑은 변하지 않을거니 결혼 해도 되겠어, 확실해!!"라구요.
거의 이십년이란 세월을 잘 살아온 거 같아 보이는 토드와 조디,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결혼식이나 증명서는 없었으니 사실혼이지만, 그들에게 추호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만나며 지은 이 집에서 이십년이 아니라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잘 살거라는 걸 말이죠.
심리상담사인 조디는 여리여리하기만 한데요. 속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이네요. 상담받으러 오는 이들의 분석도 그러하지만 남편의 행동도 분석을 하거든요. 특히나 토드가 바람을 필때는 더 확실하게요. 하지만 그녀, 상대를 속박하는 게 옳지않다 믿기에 놔둡니다. 토드가 다시 올거라는 걸 믿기도 하구요. 그렇게 평온하지만 아슬아슬한 부부관계를 맺어가던 그들은 강력한 변수를 만납니다. 토드의 친구 딸이기도 한 나타샤가 임신하면서 말이죠.
흔한 부부의 세계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지만, 조디가 알면서도 조용하다는 것, 그러다 간혹 예상치 못한 분노를 보인다는 것만 다릅니다. 여친의 문자가 폭주하는 토드의 핸드폰을 바다에 던지기도 하고 남편의 열쇠고리 가운데서 제일 중요한 열쇠를 없애버려 곤경에 처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평소처럼 잔잔한 얼굴이라 토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요. 토드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은 좀 섬뜩하기에 안됐다 싶지만 나타샤와 결혼하겠다 마음 먹었으면서도 간혹 조디를 만날 계획을 짜기도 하고, 그러면서 식당에서 만난 매혹적이지 않을 거 같아보이는 종업원에게 진한 추파를 던지는 토드란 인간은 뭐냐 ..싶어집니다. 조디와 계속 만날듯 굴고 미안하다면서 집에서 나가달라는 말도 하니 말이죠.
"조용한 아내"는 사건 중심이 아니라 그 남자, 그 여자의 시선으로 속마음을 일기처럼 적어가는 형식이기에 가라앉는 느낌을 주지만 그런데도 쎄한 느낌을 함께 주기도 합니다. 조만간 조디가 일을 벌릴거라는 암시를 여러번 주거든요. 단지 그게 어느 순간, 어떤 방법이냐에 띠른것이다 싶게요. 그런데 조디, 생각보다 힘없이 무너지게 됩니다.
작게는 부부란, 그러다 남과 여란, 그러다 사람이 참 다르다 싶어집니다. 단점도 사랑하고 감추고 싶은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나눌 수 없는 인간의 벽이란 건 있다는 걸 보여주거든요. 조디는 상대방의 행동을 아들러 심리학에 비추어 확인하려 들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알게됩니다. 심리학의 이론과 실행사이가 멀다는걸요.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조디의 주변으로 사건이 조용히 파문을 일으키고 결국은 소용돌이가 생기게 됩니다. 모든 게 분명해야 마음이 놓였던 조디가 절박함을 느끼고 이성을 잃다, 때로는 희미하게 놔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을때까지요.
A.S.A.해리슨은 본것처럼 느낄 수 있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살짝 차가워보이는 조디와 사랑이 사방으로 넘치는 토드, 부부의 일에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많이 나쁜 토드같은 이가 있다면 전해주고 싶네요 어느 날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싶을 때는 당신이 누군가, 특히나 당신을 사랑해준 이들을 아프게 한 건 아닌지 돌아보고 알아두라구요. 그들 역시 당한만큼 당신을 아프게 할거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