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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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죄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저 사람에게 돌을 던지시오."라는 장면들을 영화에서 간혹 봅니다. 그럴때면 흥분한 군중들은 아예 떼거지로 돌을 무자비하게 던지는데요. 그건,,, 아마 순백처럼 깨끗하지는 않아도 저 사람보다는 나을 거라는 자신이 있어 그럴겁니다. 그 작은 죄에 목숨을 잃거나 다친 개구리가 있다는 사실은 모르구요. "우죄"는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거 아닐까 합니다.

 

자격증도 없이 공장에 일하러 온 마스다가 있습니다. 사실 그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게 꿈인고로 이 곳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데요. 저널리스트로 가기위한 단계로 생각했던 잡지사에서 선배와 대판 하게 됩니다. 잊혀진 옛 av 여배우의 취재를 하면서 이제는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여인의 과거를 들춰내는 짓을 했고 그 일로 여인은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괴로운 그와 달리 선배나 잡지사는 더한 말을 하게 되고 그 말이 말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마스다는 넌더리내며 그만두게 된겁니다.

 

기숙사가 필요했던 마스다는 스즈키라는 청년과 같이 입사하게 되는데요. 잘 지내보려는 그와 달리 스즈키는 어딘가 어둡기만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피하고 밤마다 악몽을 꾸던 그에게 마스다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에 스즈키는 마음을 열게 됩니다. 부담스럽게 말이죠. 사람은 역시 가까이 있는 사람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는건지 음침한 스즈키에 대해 불평하던 기숙사안에도 단합같은 기운이 생기게 되는데요. 스즈키가 자신을 따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하던 마스다는 그에게 아주 무서운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야쿠마루 가쿠는 이번에도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죄값을 치르고 매일 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는 스즈키의 괴로움은 시간이 흘렀다고 용서받을수 있는건가, 스즈키에 대한 감정을 써가면 받게될 피해자들, 시민들의 지탄이 두려워 사건에 관계된 것만 쓰게 되는 마스다는 그가 경멸하던 이들과는 다른 저널리스트의 삶을 가고 있는건가 , 그가 건넨 기사에 이 동네에서 고양이들이 죽었다더라.. 라는 "카더라"한줄을 더 실은 게 뭐가 나쁘냐는 출판사 선배는 언론인이 가져야 할 한줄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어제까지는 같이 술마시고 노래불렀지만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죽을뻔했다며 그의 생활에 공포를 덧붙여 기자에게 팔겠다는 기숙사 사람들에게 죄를 물을수는 없는건가, 스즈키가 자신을 도와줬다는 걸 알면서 그의 죄를 알자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지사와는 그녀가 경멸하던 전남친과 다른 사람일까, 아들에게 원망들으면서도 스즈키의 갱생을 위해 노력한 야오이는 신의를 지키는 사람일까 아들을 망친 엄마인걸까,

 

이렇게 그들 각자를 객관적으로 봤을 땐 나도 정의의 칼날아래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을거같지만 내가 그들같은 입장이 된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싶어집니다. 특히나 범죄자가 내 반경안으로 들어온다면, 가끔 그가 화낼 때 보이는 과격한 행동들을 다른 사람 이해하듯 이해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요.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왜 스즈키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긴하지만 그 무서운 기억은 평생을 두고 따라 다닐겁니다. 그의 분신처럼요. 그 곁에 있는 이들은 애정을 가지면서도 그를 멀리 할수 밖에 없구요. 이것이 법외에 사람들이 가하는 죄의 형벌아닐까 하는데요.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낸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피해자 가족을 위해 자신들 가족 해체를 하게 됐다는 야마우치. 그의 말에 찬성도 반대도 할수 없는건 생각보다 가깝개 느껴지는 이의 죄는 어느정도라도 같이 짊어지게 되기 때문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스즈키와 마스다를 보며 죄와 형벌, 용서와 속죄, 뉘우치는 사람과 잘못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나눠볼 수 있었는데요. 옳다 싶은 쪽에 분명하게 설 수 있게 산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싶어집니다. 사람이란 늘 감정의 흔들림에 약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두려워하게 되니까요. 객관적인 시선으로 써감에도 누군가와 시선을 공유하게 만드는 게 야쿠마루 가쿠의 힘인데요. 마스다처럼 "자신이 저지른 죄를 직시하며 그가 어디서든 참되게 살아가기를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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