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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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이란 글자에 매혹을 느끼나 봅니다. 두 여자사이에서 파국을 맞이한 남자는 왜 그랬을까, 최대한 잔인한 결과를 기대하게 되니 말이죠. 200페이지의 그다지 길지 않은 이야기는 요스케라는 남자를 보여줍니다. 운동을 하면서 공무원 준비를 하는 평범한 남자인데요. 마이코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서로 바빠지면서 서먹서먹한 상태입니다. 요스케는 자신이 정해놓은 규율에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으로 보이는데요. 그 단순한 청년이 순진해보이는 아키리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인간은 어느 때 분노하게 되는가, 우리는 누구를 비열하다고 하는가,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뉴스속에서 경찰이 범죄행위로 잡혔다는 뉴스에 그는 기도를 시작합니다.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면서요. 세상 모두를 위한 선한 기도를 마치지만 그는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걸 이미 알고 있죠. 어차피 그는 신 자체도 믿지 않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 그는 자신을 일정 부분이상 선한쪽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집니다. 자신이 바라는 결과만 "마땅히 그래야한다"라 인정하며 확고한 선으로, 그렇지 않은 결과는 무조건 나쁜 쪽으로 여기니 말이죠.

 

아키리를 만나면서 달라진게 아닌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같이 여행가서 그녀에게 예쁘다고 하죠. 앞으로 같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거라는 말도요. 하지만 그는 곧 이 말이 잘못됐다 생각하죠. 앞으로의 일을 어찌 알 것이냐라는 냉소로요. 감정적으로 냉철해보인다 싶은데 그는 아키리의 이별의 말에 그녀를 잡으려합니다. 물론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랑, 혹은 친했던 이가 이별을 말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린 둘 다 같은 마음일때 헤어지기를 우선은 바라죠. 아니면 적어도 내가 헤어질 마음이 생겼을 때요.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가 왜??? 지금 슬픈 일이 없는데...라고 생각하면 눈물을 그칠 수 있는 요스케가 아키리를 잡으려한건 왜였는지 아직도 궁금해집니다. 마이코와는 자연스럽게 헤어졌으면서,쫓아가면서 다른 여자를 눈여겨보면서도 말이죠. 여자친구가 잠깐이라도 없는 시간이 생기는게 싫었던 건지, 자신이 은연중 자랑해왔던 남성상의 파괴라고 생각한건 아닌지 말이죠.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한다며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팰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기에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싶어지는데요. 그는 가둬놨던 자신을 풀게 됐는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그게 파국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집니다. 자신이 알고있는 자신과 모르고있던 자신사이에서 어떤 게 더 강한지를 봤으니 말이죠. 모르는 이의 파국을 기대하기도 했고, 한군데,한 사람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현대인의 모습아닐까 싶으니 제대로 화를 낼수도 없게 하는데요. "파국"은 그래서 붙은 이름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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