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레이하 눈을 뜨다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펄벅의 대지가 생각납니다. 오란이 아끼던 진주귀걸이를 왕룽이 모른 척 빼앗아갈때 어린나이에도 너무 분했으니까요. 그래도 오란은 왕룽이 대체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였다 위안을 삼곤 했는데요. 줄레이하 역시 그렇네요. 자신의 눈동자 색이 뭔지도 모르는, 기분에 따라서 때리는 게 다반사인 가족과 살면서도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순종한채로 받아들이는 점에선 말이죠.

 

제대로 된 농부이자 엄마 앞에선 착한 막내아들이지만 줄레이하 앞에선 제멋대로인 남편 무르타자는 옛날 우리네 아버지상이라 일컫는 그런 사람입니다. 무뚝뚝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법인 그런 사람이요. 눈이 안보여도 줄레이하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엿보는 시어머니 우프리하도 마찬가지구요. 그녀 앞에선 호랑이지만 아들 앞에선 연약한 노인네로 변신해 줄레이하를 괴롭히곤 하는데요. 그런 무서운 사람들도 시대의 흐름을 꺾을 수는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러시아 격동의 시기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줄레이하가 부농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먼 길을 떠나게 만드는데요. 부끄러움도 많고 이리 저리 쓸려다니다 스러지지 않을까 싶은 연약한 그녀이기에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절로 걱정하게 됩니다. 그러다 그녀,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그래서 살기위해,살리기위해 달라집니다. 남의 밥그릇에 눈길을 돌리기도 하고 안되겠다 싶자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아이에게 먹일만큼 어떤 때는 무서운 용기를 보이기도 하는 어머니가 되어가는 겁니다. 물론 그녀 혼자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모여살았기에 살아남았구나 싶게 여러 인물들이 줄레이하 옆에서 아들 유즈프를 돌봐주게 되니까요. 사람 사는 건 어디서든, 어느 나라나 같은 거 같은데 왜 착해보이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삶에 팍팍하게 적응해가야 했는지 알수가 없네요.

 

곡물 독점, 농산물 분배,식량징발대, 붉은 군대, 라는 깃발 아래 모인 이들은 내년 봄을 위한 파종용 종자에서 농사만 짓고 사는 이들의 생사마저 자신들 마음대로 합니다. 심지어는 수용소 안에 있는 이들이 해가는 농장에서 그들 자급자족만이 아니라 거대한 영토로 공급까지 하기를 바라는데요. '오병이어'의 기적을 바라는 이들도 아니고, 깃발을 휘날리는 자들이 원한 건 프롤레타리아의 행복뿐이라면서 강제로 만들어가는 곳에 그것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게 됩니다. 말은 안했지만 결국 그들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은 목숨을 지키기위해 자신을 거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것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건다는 걸요. 남들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말이죠.

 

구차하게 지키고 있던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게 생긴 이그나토프, 유즈프가 없으면 자신이 죽을거라면서 모든 걸 걸고 지켰던 그를 보내야 하는 줄레이하, 어디서든 잘나가는 이들 옆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히는 고렐로프, 선전활동과 자신의 그림 사이에서 고뇌하던 이콘니코프등 자신만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인간들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의지는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어디서든 피어난다는 걸 보여주기에 비열의 대명사 고렐로프 아니면 모두들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좌절한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340

왜 희망이 살게하는지 그들을 보면서 알게되는데요.변할거라 생각지 못한 사람도 달라지게 만드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 그것이 받은 사람도 살리지만 주는 사람도 살린다는 걸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줄 몰랐던 줄레이하가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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