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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너무 예쁜 집에서 나오는 예쁜 여자, 그 여자의 뒷배경은 더 화려하다니, 부럽기만 할듯한대요. 그런데 아니네요. 6개월전 강도의 공격으로 다친 뒤로 브리엔은 사람도, 밖으로의 외출도 자유롭지가 못합니다. 그녀가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세들어사는 남자 나이얼뿐입니다. 사고후에 혼자있기에 불안해 세입자를 들인건대요. 무심해보이는 나이얼이건만, 그가 얼른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는 브리엔은 어딘가 안쓰럽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어집니다. 무차별일지 나를 노린 공격일지 범인을 잡아야 드러나는데 오리무중인 범인에 대해 경찰들은 조사중이라는 말만 하니, 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테니 말이죠.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열쇠와 카달로그가 배달되게 됩니다. 오배송이라 생각하고 돌려보내겠다는 그녀의 전화에 상대는 그녀 자신이 직접 찾아와 보낸달라 했다는 의아한 말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과 똑닮은 그녀"를 찾아내게 됩니다.
"내가 너였을때?"는 내가 너인양 사랑하고싶은 연인들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브리엔을 흉내내는 그녀가 누구인지, 왜 그런 일을 하는지로 우리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예전의 자신처럼 예쁘고 당당한 닮은 그녀에게서 잃은 자신을 보게 되는 브리엔은 자꾸 현재의 자신에 대해 괴로워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먹게되는 약탓인지 건망증이 심해지고 가끔 나이얼과 선넘는 대화를 시도하다가 그의 아내에 대해 알게 됩니다.
미스터리와 비밀, 이렇게 이야기는 왜 그녀가 집에 갇힌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와 그녀의 남자가 될거같은 나이얼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와 똑닮은 여자의 정체를 알게되면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시선에서 우리는 진실을 볼수 있구요. 사실이 드러나면 날수록 한 명만 혼란스러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모두 혼란에 빠져 있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요즘들어 어떤 사람이 만난지 얼마 안되는 상황의 친구나 연인에게 완전히 사기당하고 "그럴 줄 몰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데요. 그럴때면 기자들은 만난지 얼마나 됐습니까? 란 질문을 하는데 피해입은 사람들이 "얼굴은 못봤다"라거나 "만난지 두달만에 결혼했는데 다 거짓이였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놀라게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걸까 라구요.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얼마나 맺기 쉬운지, 그리고 그 반대도 얼마나 쉬운지를 그들을 보면서 새삼 알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잘못된 길로 간다 싶을 때 "알아서해라"라며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내 등짝을 승질내며 후려칠 수 있는 부모도 친구도 필요한거 아닐까 싶어지는데요. 더불어 어쩌면 바람결에 스치는 동네 소식을 모았다 한꺼번에 쏟아내는 이웃 동네 아주머니의 주책스런 수다도요. 적어도 악의는 없으니까요. (상처받지 않아야함은 각자의 몫입니다만)
한 사람의 다중인격이라던지, 아니면 그녀를 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그녀인척 한다는 이야기들은 이전부터 스릴러에 많이 사용되어왔었는데요. 그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되지만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의 미련은 남지 않게 됩니다. 브리엔이 어떻게 살지 알거같으니까요.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몇 번 달라지는 그녀를 누가 그려낼지 너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