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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인간에게는 누구나 중독의 대상이 있다. 우리가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 결국에는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들. 어떻게 보면 그것들 덕분에 우리 인생이 간단해진다. 뭐가 나를 잡아갈지 아니까. 기습공격을 당하지 않을 테니까. 빌 힉스도...."문제는 아무 이유 없이 죽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에요."-229
운동이나 사랑에 중독인 사람들은 그래도 낫지않을까, 운동이나 사랑이 잡는다면 말이다. 누구에게나 중독의 대상이 있다는 데 나에게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알게 모르게 자주 하고 안하려하면 더 생각나는 것. 그게 중독의 의미일텐데 요즘의 나에게는 아이들을 향한 잔소리 아닐까 싶다. 결국 그것이 우리 사이를 벌려놓는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니 말이다. 게이브 역시 딸 이지에게 중독되었지만 사정은 다르다. 그는 이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아니 누군가 납치해간 것이다. 아내는 죽이고. 이제 그는 자신의 모든 걸 놓고, 이지만 찾아다니는데 세상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게이브는 퇴근이 늦었고 그걸 싫어하는 아내를 떠올리며 괴로워지게 된다. 그런 날이면 차는 유난히 더 막히고 게이브도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앞에 있는 낡은 차에 집중하게 되는데 살짝 비친 아이의 얼굴이 이지라는 걸 알게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라는 혼란속에서 무작정 차를 쫓지만 자신이 잘못 본 건지도 모른다는, 아니 그럴꺼라는 주저때문에 차를 놓치게 된다. 결국 집에 전화해보게 되는데 경찰이 받는 제일 끔찍한 상황이다.
게이브가 사건에 빠지는 앞부분은 굉장히 속도감이 있다. 밀리는 차 속에서 바라 본 앞 차에 내 아이가 앉아있다면, 모르는 차인데, 모르는 사람과 말이다. 당연히 당황하게되고 백이면 백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다 사건이 진짜 일어났다는 걸 알게됐으니 긴가민가한 자신을 스스로 원망하게 될것이라는 걸 다들 인정하니 말이다. 그 후 사건을 끌고가는 건 인간은 결국 연결되게 되있다는 6단계의 법칙이 복수를 위한 일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하는 짓이 튀어봤자 얼마나겠어?? 라고 쉽게들 생각할것이다. 하지만 늘 괜찮았던 일이 어느 날 운명의 수레바퀴에 끼이게 되면 그렇지 않다는 걸 게이브를 보면서 알게 된다. 그를 노리고 주변에서 맴도는 이들도 있지만 모르고 그와 연결되어 주변에 있었던 이들도 있었으니까. 사실 이런게 무서운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게 말이다.
증오는 인간을 잡아먹거나 망가뜨리지는 않았다. . 증오는 가장 힘든 시기에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 진짜 문제점은 뭔가 하면 결국에는 증오도 스스로 소진되어 버린다는 것이었다.-397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 내가 당했다고 다른 이를 해코지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 정당하게 일한 댓가보다 더 바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라는 걸 알면서 순간의 분위기나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후회할 일을 만들게 되는데 그게 괴물 다크앱 "디 아더 피플"과 만나면 쉽게 끝나지 않는 일이 된다.
초크맨으로 시작했던 C.J.튜더의 스릴러는 이번에도 초자연적인 힘과 복수에 대한 시원한 흡입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복수와 앙갚음, 소진될 수 있었던 증오는 악의와 만나면 멈추지 않는 불꽃이 되어 그 소원을 말한 사람을 다시 찾아오게 되는데 괜찮겠느냐고, 결국 자신이나 사랑하는 이가 다칠 수 있는데 그래도 당신이 처음 원한 걸 선택하겠냐는 물음과 함께 말이다.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는 분노에 몸을 실다보면 어떻게 되는지의 이야기인데 순간의 선택으로 복수를 선택한 이도, 그러다 당하고 있는 이도 될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무서워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