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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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몇 장만 가지고 누군가를 파악하려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정의는 그 종이만큼이나 얄팍 할 겁니다."-200

사람이 무언가를 위해 싸우다 보면 이 행동이 앞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칠거라는 걸 알게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해가 될 지언정 옳다고 생각한 일을 위해 밀고 나가던가, 혹은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다 여긴 일을 충분히 했으니 멈추던가요. 그럴 때 주변에서 지켜보던 친한 이들이 있다면 대부분 후자를 택하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요. 그리고 그 계란이 된 이들이 많이도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면 더더욱이나 말이죠.

 

그런 사건이 벌어집니다. 물론 처음에는 원한에 의한 우발적 사건으로 보였는데요. 대학 때 제자 장양을 욱하는 싸움끝에 죽이게 된거라는 장차오는 변호사라기에는 너무 허술하게 지하철역에서 사건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렇게 잡힌 장차오는 자신이 한 짓이라며 순순히 자백을 하는데요. 너무 쉽게 풀려간다 싶었던 사건은 장차오가 법정 심문에서 자신은 무죄라는 상반되는 주장을 하면서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이제사 들여다보니 사건이 일어났다고 여겨지는 날 밤 장차오는 그 곳에 없었기에 장양을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비로소 시작된 사건 조사는 고위급 삼자(성 공안청, 시 공안국, 시 검찰원) 합동 특별 조사팀을 설립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류상 변해도 너무 변한 장양이 이렇게 된 계기 , 바로 그 10년 전 사건속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가 움직일 때 세상은 움직인다.-458

10년전으로 들어간 사건의 꼬리는 너무 희미해서 이 사건이 이제와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집니다. 그런데 힘들겠다 싶은 그 때마다 자신의 목숨보다 정의를 먼저 찾고 어려운 이들을 생각한 이들이 있기에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겁이 나 진실을 묻으려 했던 이들을 햇빛속으로 나오게 만드는데요. 그래도 이 사건은 점점 덩치가 커지기에 풀 수 있을까, 그것도 중국에서,,,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나라면...이라는 생각이 계속 나서요. 한 지방을 쥐락펴락하는 기업과 유착된 정부관리들, 지금도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자들인데, 10년 전 사건때문에 비리를 계속 캘 수 있을까, 혹은 내가 가진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까... 난 양심만 가지고 진실을 향해 움직일 수 있을까 .. 하지만 우리가 더이상은 참지못하는 다수가 된다면, 희망을 걸어보게 됩니다.

 

10년전으로 사건이 올라간 이유는 2015년 6월 11일의 무소불위인줄 알았던 저우융캉의 몰락이 있었던 때라는데, 그것에 빗대었던 건 아닐까 해보게 됩니다. 혹은 지금 중국은 그 때와는 많이 달라 이 정도는 소설로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걸 수도 있구요. 그렇다고 이런 일이 중국에서만 국한되서 일어나는 일은 물론 아니기에 읽다보면 지금의 우리가 처한 현실의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래도 우리라면 더 일찍 사건이 드러났을 거야 라는 위로를 해보는데요.

 

언제나 냉철할거같은 옌랑교수, 말은 없지만 책임감만은 누구못지 않을 듯 보이는 성 공안청 부청장 가오둥, 열혈 선생님이였던 허우구이핑의 노력, 점점 변해가는 장양등 그들의 사건이 막바지로 갈수록 원제라는 장야난명(長夜難明), 빛을 보기 힘든 기나긴 밤이 끝났다는 게, 맞는걸까 싶어집니다. 결말이  마음에 차지않기때문인데요. 고생끝에 낙이 모두에게 돌아갔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무섭고 무거워만 보이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게  능동적인 다수일때 가능하다는 게 그래도   위안이 됩니다.   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는 당연한 사실 역시도 반가워지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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