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의 방패
키우치 카즈히로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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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살인마를 죽여주면 100억을 주겠소!"

어린 손녀를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 키요마루를 죽여주면 100억을 주겠다는 대기업 재벌 총수 할아버지 니나가와 회장의 광고에 온 일본이 들끓기 시작합니다. 단독이 아니라 여러명도 각각 그 금액을 받게된다며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매일 그 광고를 틀어대는 겁니다. 키요마루는 7년 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같은 죄를 저지르고 가석방이 된 상태인데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른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죄를 저지르고 감방에 들어간 이들이 탄원서를 정성스럽게 매일 쓰고 가석방이 됐다는.. 기막히게 하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정의의 여신이 어느쪽에도 기울지 않기 위해 안대를 하고 있다는 데 우리의 법은 어찌 그리 편지를 잘 읽고 감동을 받는건지,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했는데요. 키요마루 역시 어떤 이유가 됐든 가석방을 받어서는 안되었던, 그런 인간입니다.

 

합법, 불법을 가리지않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복수를 하겠다는 니나가와 회장의 마음을 누구나 이해할겁니다. 잠적해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키요마루도 회장의 광고가 통했는지 이제껏 잘 보호하고 있던 인물마저 그를 죽이려고 하게 됩니다. 그러자 키요마루가 경찰에 자수를 해옵니다. 온 사방이 적인데 차라리 경찰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을거란 계산이 선 거겠죠. 그러나 경찰이라고 100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이기에 그의 목숨은 바람앞의 촛불 신세인데요.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회장은 사라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와 그를 없애기 위한 계약을 하게되고, 키요마루의 경호는 SP(요인의 경호를 주업무로 하는 경찰)인 메카리가 맡게 됩니다. 주어진 임무가 고작 위험에 빠진 쓰레기 경호라며 다들 기피하지만 메카리는 그를 후쿠오카 남부경찰서에서 본청까지 안전하게 이송할 것을 다짐하는데요. 가는 곳마다 공격이 들어오고 무고한 피해자는 생기는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키요마루는 매번 자신의 몹쓸 인성을 드러내며 메카리 일행의 분노를 일으키는데요. 과연 그를 안전하게 옮기는 게 옳은 일인지가 갈등의 원인이 되게 됩니다.

 

강렬한 앞부분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런 범죄를 저지른 이라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그런 범죄를 저지른 이는 분노와 탐욕에 눈이 멀은 군중 앞에 던져도 되는건지 말이죠. 그가 용서를 구하고 있다면 참작이라는 걸 해보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태이기에 말이죠. 하지만 그가 훗날 어떤 회개를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인간이 인간에게 돌을 던져도 되는건지 등등, 마음이 복잡해지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피해자인 회장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 스스로 법을 집행하기로 나선 건 올바른 건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풀어간다면 돈 없고 진짜 억울한 이는 어떻게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건지도 말이죠.

 

이런 초반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하게되는 진정한 회개 아니면 잔인한 복수, 이 두 가지중에 하나를 보게 되길 기대하는데요. 키요마루가 택한 건 이 중에 없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뚫리지 않을 방패가 있겠느냐는데, 키요마루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은 돈의 힘으로 그를 잡을 수 있을지, 혹은 메카리 일행의 정의가 진짜 정의로 통하게 될지요. 우리는 어려움에 처할 때 경찰과 법원이 어려움에 처한 이의 손을 제대로 들어주기를 바라는데요. 예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데 결론이 책과는 달랐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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