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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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범죄로 의심받는 이들이 사진 찍힐때 보인 옷이나 악세사리들이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는 말에 놀란적이 있긴 합니다. 우리가 봐야 할것들이 뭐였나 싶어서요. 물론 사람이 사람을 볼 때 외적인 면을 먼저 본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런 곳에서조차 외관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좀 씁쓸해지긴하더라구요. " 그레이스"역시 그렇습니다. 끔찍한 사건으로 주목을 받아야 할 그녀가 그와는 반대되는 청순한 미모로 이름을 날리는 걸 보면요,

 

 

주인 토머스 키니어와 하녀 낸시 몽고메리를 잔혹하게 죽인 사건으로 누가 주범인지 공범인지 알 수 없지만 두 명이 잡히게 됩니다. 열여섯의 연약해보이는 그레이스와 자신은 그레이스에게 속았다고 주장하는 제임스 맥더모트인데요. 누가 사건을 주도한건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채 제임스는 사형을 당하지만 그레이스는 혹여나 속은 건지 아니면 진짜 그녀가 악녀라서 제임스를 꼬드겼는지 알아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정신병원 건립을 원하는 사이먼 조던 박사 역시 여러사람들의 권유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위해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 동안의 일을 세세히 말하는 그레이스와 그걸로 그레이스의 유무죄를 판단해보는 사이먼,,, 글쎄요. 어느 날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의 이야기이기에 그녀에게 안쓰러움을, 어느 날은 하녀라 당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주인들을 너무 잔인하게 보는 건 아닐까 싶어 섬뜩하게도. 그러다 어느 날은 미래를 보는듯한 그녀의 말에 진짜 그레이스가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게 됩니다.  

 

 

 

"남녀.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들 정말로 관심을 갖는 부분이 그런 남녀 관계다. 내가 누굴 죽였건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수십 명의 목을 땄더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군인이 그랬다면 박수까지 보낸다. 내가 정말로 애인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여부가 그들의 주요 관심사인데, 애인이었길 바라는지 아니었길 바라는지 그들 자신도 알지 못한다.-45

 

캐내다 역사상 가장 악명놓은 여성 범죄자로 알려진 그레이스 마크스의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하는데요. 가난했기에 무지한건지, 사랑받지 못하는 삶에 찌들다보니 무감각해진 건지 속을 보이지 않는 그녀는 나눠진 일반 대중들의 의견처럼( 심지어는 전문가라 칭하는 이들도 양 극으로 나눠진 의견을 보이니..) 잔인한 악녀일지 혹은 시대의 희생양일지를 궁금하게 만들게 됩니다.

 

 

"저들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게 있으면 알아내서 악용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63

 

이런 포기는 사회 첫 발을 내딛었을때 친해진 메리 휘트니의 죽음이후로 생긴건지도 모릅니다. 나이도 어렸는데다 순하고 뭘 모르던 그녀들에게 생긴 일은 아픔뿐이였으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잘 지낼수도 있었던 낸시가 주인 토머스와 잘 지내는 걸 그녀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없었을지도 모르죠. 메리는 그럴 수 없었는데 낸시는 가능하다는 것을요.

 

 

하녀 눈에 비친 세상은 작지만 모든 소문을 주워담기에 주인들 세상보다 넓을 수도 있다는 걸 알수 있는데요. 사이먼을 처음 만났을 때 한눈에 그를 꿰뚫던 그레이스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정확하다는 걸 보여주기에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한번이라도 "걷어차보자"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집니다. 보따리 장수 제러마이어의 동행 요구에 응했더라면 많이 달라지지않았을까 싶어지는 건, 사이먼과 그레이스 사이에서 그들 사이를 조절했던 건 그레이스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원하는 걸 말할수 있다는 그레이스, 이런 부분은 좀 무섭다 싶다가도 폭력적인 아버지나 주인들 눈치를 보며 살아왔을 세월을 생각하면 또 그렇겠다 싶어지니 이런 이해도,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나까지 조정하는 것인가 싶어지는데요.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않은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그레이스 마크스는 어땠을까 싶어지기도 하구요. 그녀가 꺼낸 그 날의 기억이 그녀 스스로의 것인지, 메리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닭을 직접 잡으라니 너무 싫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잡힌 닭이 싫어 울면서 요리했다는 그녀를 보다보면 나만의 답을 어느정도 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바라본 세상과 사이먼이 바라보는 세상이 많이 다르면서도 같다는 것도 볼 수 있는데요. 신분이 다름에도 생각보다 상대의 시선에 나를 맞추느라 다들 고생하는 걸 보면 말이죠. 늘 사라지는 제라마이어는 어땠을까, 그의 생각을 볼 수 없다는게 좀 아쉽긴 하네요. 그라면 그레이스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어쩌면 그의 노력을 그레이스가 뭘 몰라 차버린 것일수도 있지만요. 

 

 

 

점점 그녀에게서 진짜 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오랜 세월도 당신의 계획인건지, 혹은 시대에 고개숙인 작은 여인이였을뿐인건지 말이죠. 어느 쪽으로 보아도 매력적인 그레이스인데요. 처음엔 그녀의 미모때문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그것만이 아니다 싶어집니다. 그 시대가 가진 특징과 매력도 볼 수 있지만 어느 한 순간도 그녀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긴장을 놓치못하게 되는데요. 어쨌든 그녀를 만나면 누구나 이렇게 정신을 놓게되는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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