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북유럽 스릴러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러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 사건이 그 안으로 새겨지는 느낌이랄까요. 더군다나 황량한 겨울, 늘 눈이 내리기에 그 외로움은 더해지기만 하는데요. 오름베리라는 작은 동네에 치를 떠는 말린도 그렇습니다. 너무 잘 아는 사람들, 그 안에서의 지울 수 없는 추억과 무너져가는 동네나 자신 가족의 역사가 괴로워 떠날 생각뿐입니다. 일찍 사랑에 눈뜬 그녀는 사고로 어린 연인 케니를 잃은 아픔에 가까스로 떠난 오름베리에 돌아오기를 꺼려했는데요. 경찰이 되어 8년 전 자신이 발견한 오래전 사건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이곳에 돌아오게 됩니다.

 

가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걸 조사한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알려주는 경찰들이 있습니다. 말린이 이 사건을 맡으며 그렇게 되는데요. 자신의 동네에서 사건이 벌어지지만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낯선 이가 아니고는 범인이 될만한 이가 없다는 걸 알기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른 후 만난 먼 친척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의 모습은 한숨만 자아나게 하는데요.

 

숲 속 돌무덤에서 시간차를 두고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와 딸 사건은 너무 똑똑하고 치밀해 '마녀'라고 불린 프로파일러 한네, 그렇게 싫어하는 이 곳을 탈출시켜줄 약혼자가 있음에도 자신안에 뭔가 모를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말린, 자신안에 돌연변이 병이 있다고 단정하고 괴롭기만 한 제이크의 시선으로 사건을 풀어가게 되는데요. 이들의 시선이 단서를 많이도 뿌려주지만 하나로 통일되는 그 누군가로 추려지지않기에 범인은 오리무중이게만 됩니다.

 

사건만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죽은 이들이 난민자들이였기에 조사가 편하게 되질 않는겁니다. 쓰러져가는 동네에서 쭉 살아왔음에도 정부의 보조를 받지 못하는 자국민들과 그런 국민의 세금으로 이 나라, 이 곳 오름베리에 정착하게 된 난민들은 서로의 입장에서 '차별'이란 단어를 두고 서로를 불만을 가지고 다르게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데요. 말린 역시 아버지 죽음후로 어머니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살았는지를 알기에 난민들을 곱게 볼 수 없게 됩니다. 이 사실은 난민 모녀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해가며 더 느끼게 되는데요.

 

기억을 잃은 프로파일러 한네의 다 지워진 기억을 가지고 이름이 지워진 모녀 사건과 그녀의 연인이자 실종상태인 동료 경찰 피에르를 찾아가면서 제이크가 읽어가는 한네의 일기는 완벽하게만 보이는 인간도 결국은 불안전한 하나의 인간일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그게 또 의미심장한게 그래서 어떤 상태에 놓인 인간이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이렇게 사건은 사건으로만 끝나지않고 그들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데요. 카밀라 그레베의 전편 '약혼 살인'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한네와 피에르는 이번에 힘을 잃었지만 다음편에서 한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활약을 보일지, 말린의 선택은 뭐가 될까도, 그리고 제이크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은데요. 난민유지에 소극적 반대의사를 보이는 말린에게 안드레아스가 당신이 그런 입장이라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해보라는 말을 하지요. 말린은 '세상을 돕기전에 자기 집을 청소하는게 먼저'인데 왜 그런 생각을 해야하냐고 하는데, 사건이 풀려갈수록 누구도 어떤 입장, 상황이라는데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드러나면서 여러 생각을 주게 됩니다. 

 

난민과 자국민의 대우는 어때야하는건지에 대한 생각, 병에 걸린 인간의 선택은 어떤 게 맞을지, 사연없는 사람이란 건 없구나 에서 늘 그렇듯 범인은 그럴 줄 몰랐던 이라는 것까지 더해주고 있는데요. 이번 역시, 북유럽 스릴러의 냉기에 더한 한기를 느낄 수 있지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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