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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ㅣ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1
홍희창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잘은 모르지만 이규보라 하면 글을 꽤나 좋아하고 또 잘 짓기로 소문난 이가 아니던가. 문인인 그의 집안이라면 꽃과 나무가 이쁘게도 피어 있을터이지만 그 역시도 글만 읽느라 - 유명한 "동국이상국집"이나 "국선생전","동명왕편" 등등을 짓기도 했지만 - 돈이 없어 집안에 뭔가를 심고 키우지 못했다 한들 어떠한가, 그의 시선에 닿는 동네며 산에 피어있는 온갖 것들이 다 글 속에서 그의 것이 되어 흐드러지게 피어날것을,,, 이것이 내가 상상하는 그의 화원이였다.
재주는 출중하였으나 관운은 늦게 열렸다는, 살짝 들여다본 그의 일대기는 처음 생각과 다르지만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수많은 시들 가운데 꽃과 나무, 과일과 채소를 읊은 시롤 소개한다는 이 이야기는 읽다보면 그를 또 다시 보게 한다. 매사를 그냥 넘기는 사람은 아니지 않았을까, 풀 한포기마저 그냥 넘기는 법이 없는듯보여 고려 무인정권 시대를 살아가는 그가 글을 많이 쓴것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지않았을까 싶다.
비단 25필값이라는 모란꽃의 꽃에서 술취한 양귀비 같은 해당으로 시작하는 나무, 겉과 속이 똑같이 붉은 감부터 잎을 따서 피리처럼 불었다는 파까지의 과일과 채소까지, 우리가 익히 알았음에도 읽다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것들을 보게 된다. 이규보는 각각 그들을 어떻게 시로 표현했는지에서 시작하지만 그 식물들에 어떤 유래가 있으며 어떤 시기에 어떻게 심고,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은지, 보관방법 등등의 여러 설명도 볼 수 있어 들여다볼수록 나의 상식과 지식이 되어주겠다 싶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백이란 이름이 문헌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도 이규보의 "동백꽃"이란 시에서고, 이 봄에 구경하지 못하면 영원히 한이 될거란 살구꽃이 왜 어사화로 쓰였는지, 살구가 제사에 올랐다는 것도 알게된다. 오는 손만 대접할 뿐 아니고 우는 아이도 그치게 했다는 밤, 역시나 제사에 올랐는데 어느 것하나 버릴게 없다는 것도 이번에 보니 알게된다. 더군다나 그 밤나무가 모든 사물에 공통되는 기울면 차고 겸손하면 이익이 되는 이치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니 지금의 명절에도 서로서로에게 선물 고민하지 말고 이 뜻과 함께 밤을 준비하면 되는거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이들이라면 더 꼭 말이다.
이규보에게 벼슬길을 열어 줬다는 석류화시는 좀 씁쓸하지만 정조까지 사랑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구나 하게 된다. 맛있게 먹기만 했던 감나무에 5상(문,무,충,절,효)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고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며 옛사람들의 생각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알게되는데, 그러고보면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는 걸 알게된다.아주 작은 것에도 이렇게나 많은 의미가 있었으니 말이다.
귤이야 그렇다쳐도 앵두까지 임금의 하사품이였을줄이야, 겉과 속이 같은 게 감이였을줄이야 등등 시 하나와 이야기 하나, 그리고 그것들의 역사와 지금 우리가 어떻게 여기는지까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 나하고 거리가 있을 거 같았던 시와 식물인문학의 조합이 두고두고 읽을수록, 사계절 중 어느 날 어느 것을 펴보아도 익숙한것이기에 더 재미지지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