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림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9
히사오 주란.마키 이쓰마.하시 몬도 지음, 이선윤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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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등을 보면서 알면서도 모르겠는 느낌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데요. 히사오 주란, 마키 이쓰마, 하시 몬도의 "나비 그림" 역시 뚜렷한 추리로 범인을 쫓아가는 형식이 아닌 여러 이유로 인간이 빠지게 되는 어두운 면, 그 느낌에 깊게 가라앉게 합니다.

 

호반,햄릿,나비 그림의 히사오 주란은 소설의 마술사라 불리였다고 하는데요. 호반에서는 "네 어머니를 죽였다"는 고백을 하는 아버지, 햄릿에서는 150년전에야 쓰였을 말은 자유로이 쓰지만 현재 상황 모든것에 서툰 노인의 부활을, 나비그림에서는 세계대전에 참전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키코가 육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그의 얼굴에서 전쟁을 느낄 수는 없었다는... 기묘한 사건의 시작을 처음부터 알립니다. 모든 사건에 죽었지만 그 죽음 뒤에는 비밀이 있다는 반전 아닌 반전이 있는데요. 시대와 그걸 무작정 추종하는 단체의 추악한 욕심에 망가지는 인간들의 선택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를 알게되지만 지금은 뭐 다르겠나 하게 됩니다. 지금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집안의 강권이나 세뇌되어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는 체념으로 선택하곤 할 때가 있으니까요.

 

마키 이쓰마는 사라진 남자에서 전 세계 부정기선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상하이한다"와 그에 얽힌 인간이 점점 변해간다는 이상심리를, 춤추는 말에서는 어디로 이어질지 도대체 모르겠는 부부의 말이 진실일지 혹은 그냥 그들 원래의 이상한 대화인지 알 수가 없게 하는데요. 저리 횡설수설, 나도 나를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인간의 마음일지도,나도 변할지 모른다...라는 내면을 떠도는 보이지 않는 불안을 보게 됩니다.

 

감옥방의 하시 몬도는 토목공사라는 이름으로 모였지만 세상의 지옥이 되버린 곳에서 신음하는 인간들을 보여줍니다. 인간이 인간을 쥐어짜는 곳이라는데요. 자유는 사라진지 오래고 죽음 아니면 이 곳을 떠날 수 없는 그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반짝이게 됩니다. 그 희망이 그들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할까, 기대해도 될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전쟁탓일까 해보게 됩니다. 전쟁 후라면 살아남은 자들은 이미 죽은 자들을 위해 자신과 그 옆에 있는 자들의 목숨을 중시한다는 게 미안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하기엔 자신들만은 너무 챙기는 모습으로 이율배반적인 인간들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전시 중 참여를 어떤 방법으로 했든 자신들은 가지도 않았으면서 이러쿵 저러쿵 좋은 뜻이라면서 떠들어대는 이웃들의 모습이나 내 손에 피 묻힐 수 없으니 자네가 알아서 죽어줘야겠다는 말을 당당히 하는 인간들을 보면서요.

 

사건 해결이라는 추리할 것도, 답도 없지만 세월이 많이 지난 사건임에도 할 말은 있게 되는데요. 각 문장안에 놓친 인간의 심연은 뭘까 생각해보게 하는 것, 이것이 본격 일본 추리소설 시작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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