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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때로는 과거의 일이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17
사람에게 일어난 가장 무서운 일이 뭘까 싶은데요. 그건 이유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쫓기는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적당히 비겁하고 나른하게, 그렇지만 안락한 삶을 누리다 연이어 살해의 위협을 겪게 되는 조르주를 보니 말입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에서 보듯 어느날 조르주도 급커브로 자신을 위협하듯 지나가던 차를 만나게 됩니다. 얼마뒤 그 차가 사고난걸 목격하게 되고 어쩔수 없다는 이유로 돌아가 운전자를 구해주게 됩니다. 책임은 지지 않지만요. 그리고 쫓기게 되는데요. 그 후 조르주의 인생이 달라지게 됩니다.
왜, 누가, 그래서 어떻게 해결해가는지가 대부분의 사건 전개방식이였는데요. 조르주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제껏 있는지도 몰랐던 조르주 안의 폭력성을, 어쩌면 더이상 당할 수만 없어 변해가는 인간의 행동을 중심으로 보여주기때문인데요. 그를 통해 그럴 수 있겠다 이해하게도 되지만 그와 반대편에 있던 알론소는 남들에게 못된 짓을 하던 이가 말년에 인간을 두려워하며 산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싶으면서도 그가 인간의 저 밑바닥 잔혹함을 아는 사람이라는 , 인간의 다른 본성 역시나 이해하게 됩니다.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 이야기에서는 사건보다 그 사건을 대하는 이들의 거칠고 단단함, 돌아서면 애처로운 한 인간일뿐이라는 생의 쓸쓸함을 볼 수 있었는데요. 프랑스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장파트리크 망셰트는 폭풍을 겪어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된 이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또 폭풍이 불어 모든 게 쓸려가도 어쩔 수 없다는 포기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가볍게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왜 무서울지, 그건 아마도 한번도 규칙을 어길 생각도 못한 이가 한 번 규칙을 어겨보면 언제든 그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게 불안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말이죠.
"현재 진행형의 일은 때로는 과거의 일이기도 하다" -18달라져버린 일상에 적응해가는 한 남자의 말없는 상황적응기가 어쩌면 말보다 많은걸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게 되는데요. 이유도 모르고 쫓기던 이나 이유도 모르고 쫓던 이나 자신들의 결과가 이리 될지는 몰랐을 겁니다. 언제든 예전과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의 본능적 선택이 무서운건지, 그 선택을 강요하게 만드는 상황이 무서운건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어찌되었든 다른 의미의 빈 방을 가슴안에 가지게 된 조르주가 차 안에서 듣던 웨스트 코스트 블루스가 그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을거란 막연한 생각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