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매리 저수지
김주앙 지음 / 비티비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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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정치가에서 품어 나오는 권위는 그 분의 인격과 학문의 깊이에서 비롯된다."-188

그렇게 보이는 분들이 정치판에 들어갈 때 우리는 은근 기대하게 됩니다. 예전과는 다른 인물일거라고, 그래서 뭔가 달라질거라고요.이런 이는 나만이 아닐텐데요. 우리같은 이에게 이동준이란 인물은 어떻게 보였을까 하게 됩니다. 은행원 출신인데 4선 국회의원이자 대통령의 킹메이커,,, 어마어마하지요. 그런데 그에게는 어렸을 적 고난으로부터의 성공신화까지 있습니다. 그런 경력을 가진 그가 우리 동네에 출마한다면 새로운 희망으로 그래도 믿어보지 않았을까 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괴문자를 보내면서 꽃길일거 같던 매일이 괴롭게 됩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힘과 그를 떠받치는 정보국의 정밀 조사로부터도 태연한 그였는데, 과거만은 발목을 잡는겁니다. 물론 그의 과거가 그럴만하기에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것도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하던 시절과 달리 모든 걸 가진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할까 싶어지는데요.

 

"아무도 몰라야 했던 16년 전의 암수살인" 과 "지금까지 나는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아왔어. 부도덕하지 않았고 간음하지도 않았어." ...

분명 그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걸 우리에게 고백합니다. 이유나 누구인지는 털어놓지않지만요. 그것만으로도 그가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을 생각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기억에서조차 누구인지 아예 지우려하니까요. 물론 어느 정도는 선행도 하려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어봤기에 그런 이들의 마음도 잘 알고 갑자기 힘이 생겼다고 다른 이들을 괴롭히지도 않는 걸로도 보이니 말이죠. 그래서 희망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인간이란 결국 다리를 쭉 못 펴다보면 옳은 길이라 믿는 일을 억지로라도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지켜볼수록 그는 욕망에 홀린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뭔지를 보여줍니다. 죄여오는 걸로 보이는 일들을 쉽게 처리하는 방식으로요. 그게 무겁게만이 아니라 슬프고 끔찍하게도 다가옵니다. "그런 힘"에 한번 타면 순순히 내려오고 싶어하는 이들이 없다는 걸 어느정도 인정한다는 게 더 말이죠.

 

믿음이란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모르는 그는 역시나 베풀었다고 주장하는 많은 것들이 결국 자신 마음을 달래기위한 것일뿐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괴문자를 보내던 이, 자신의 공약을 잊은 대통령, 막강한 정보력이 어떻게 쓰이는 건지 보여주는 정보국장, 순수한 기회였을지도 모르는 튼튼한 밧줄을 결국 자신의 손으로 잘라버린 그녀는 이동준 곁에서 갑자기 생긴 힘을 자신것으로 움켜잡으려하는 인간의 무지한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실망하게 만듭니다.

 

살인에 관한 진실과 거짓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동준이나 그를 통해 힘을 갖고싶어하는 이들의 비틀어진 욕망과 그 후의 모습들은 변명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줍니다. ".. 하는 마음으로"가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라면 얼마나 기가 찬 일인지를 말이죠.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것만 같아서 뒤로 갈수록 무서워지는데요. 

 

"직위가 원한을 쌓게 만든다."-137

사람과 사람, 정치와 살인, 비밀과 진실속에서 이 한줄이 맞다면 얼마나 무서운일인지를 알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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