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그리워졌다 -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김용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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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에 보이는 산해진미를 보면서 침을 흘리기도 하고, 조만간 가봐야야지 라며 장소를 메모해두기도 하지만 지친 내가 떠올리는 건 의외로 간단한 겁니다. 사먹는 것도 싫어 죽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익은 김치로 밥을 노릇노릇 볶으며 엄마가 해주었던 느낌 그대로 흉내를 내보는데요. 그럴 때면 혼자 먹어도 혼자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 그게 묘합니다. 어딘가 따뜻해지지만 또 엄마가 금방 해 준 같은 음식이 생각나 먹어도 한 쪽은 허전해지는게요.

 

"어머니의 칼에서 사랑이나 희생을 보려 한 건 아니였다. 나는 거기서 그냥 '어미'를 봤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자식이 아니라 새끼가 됐다."-20

김애란의 소설 "칼국수"에서처럼 저절로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는 이름, "고령화 가족"에서 삼겹살을 그렇게 맛나게 먹어도 되나 싶을만큼 뻔뻔한 자식들과 그걸 뿌듯하게 바라보던 그 집 엄마의 모습, 조정래 '태백산맥'에서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꼬막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렸을 소화 등등 음식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따뜻했고, 놓치면 안 되었을 시간과 사람들, 그리고 그 앞에 놓여있던 음식들이 지금 보니 그것들이 단순히 입으로만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였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이게 하는데요.

 

음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배만 부른게 음식이 아니고 재료나 값에 따라 맛있는 게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새삼스레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 사랑이 떠나도 그 맛은 남으니까, 외로움이 내 마음을 두드릴 때,내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한 끼, 생은 계속된다, 이렇게 5부로 나누어 소개하는 음식과 사연들은 영화나 소설에서, 그리고 생활하면서 나도 느꼈던 부분들을 보여주면서 음식이 왜 사람에게 중요한지를 보여주는데요. 그래서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는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한번은 먹어봤을 음식들이기에 설명을 보면서 절로 맛이 생각나게 되는데요. 내가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음식이라면 더 그려지게 됩니다. 갖은 양념도 보이고 거기에 뜨거운 김까지 올라오는 듯 한데요. 그리고 또 하나, 그 그릇을 들어주면서 "이렇게 해서 먹으면 더 맛있어" 라는 말을 건네는 누군가까지요. 그래서 "나를 지켜주는 음식"이란 말을 썼구나를 알게도 되는데요. 지나간 시간과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음식들을 장면 장면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 그리움, 미움, 많은 감정이 들어있었지만 나에 대한 위로가 제일 많았다는 것, 그래서 감사하다는 것도요. 

 

먹이는 것의 거룩함의 '칼국수'에서 매일 매일 찬란한 인생은 없다에 왜 '사과'가 등장하는지까지의 음식이야기는 자신이 먹지 않아도 즐거워하던 이가 떠올라 그리움이 진해지기도 합니다만 음식을 어느 정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과 그걸 해주고 싶은 사람도 많이 생겨서일까요... 오늘 내 저녁식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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