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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텍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2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20년 2월
평점 :
환상특급이였나요? 이상한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물이 있었죠. 보면서 생각대로 된 결말도 있었지만 때로는 생각과 너무 달라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떤거가 될까 기대하곤 했었는데요. 환상문학 역시 그렇습니다.
똑똑하고 호기심많은,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칼리프 바텍이 있습니다. 현세의 모든 것만이 아닙니다. 그의 한 쪽 눈은 거의 어벤져스급 능력까지 있는데요. 이 남자의 성품은 어떨까 했는데 종잡을 수가 없네요. 생각해보면 그렇지않을까 하긴합니다만, 특별하다 생각한 모든 걸 가졌으니 겸손하면서 현명하기 보다는 자기중심적일수밖에 없었을겁니다. 그런 그에게는 어두운 면을 다 처리해주는 어머니까지 있으니 더 말이죠. 나쁜 짓을 해도 "그만"이라는 말을 할 줄 모르네요. 세상을 많이 봤을 그녀까지 말이죠
호기심을 풀지못하면 발을 동동거리는 그가 거의 미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무함마드를 부인하고 자신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하면 "지하 황염의 궁"으로 데려가 많은 것들을 보고 가지게 해주겠다는 유혹을 받게 된겁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뭔가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 먼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 길에는 그와 일행들이 뿌려놓는 나쁜 일들이 계속되게 되는데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무함마드의 빛의 궁전과 지아우르의 불의 궁전에서 바텍을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니, 불의 궁전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인간의 욕망이니 지아우르는 기다리기만 하긴됩니다만,,, 그래도 한순간 흔들려 어떤 걸 선택할지 모르는 게 인간의 마음인지라 바텍의 선택도 역시나 궁금해지게 됩니다.
영국의 가장 부유한 아들이라 불렸다는 윌리엄 백퍼드가 21살이던 1782년 아라비아풍에 고딕 소설적 요소를 가미한 '바텍'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야기의 갈등보다 관심이 가는 건 바텍이 가는 곳마다의 보지못했던 것에 대한 설명들입니다. 연극으로 보면 어떨까 할만큼의 환상적으로 보일 화려한 아름다움과 움직임들이 극적인 장면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어서인데요.
또 하나의 천일야화처럼 인생은 끝에가서야 알 수 있는 게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하는 모든 건 손에 다 들어오는 건 줄 알았던 바텍과 모든 걸 잃은 줄 알았던 굴첸루즈, 지옥도 두렵지 않아하던 바텍의 어머니 '카라티스' 를 보면서 말이죠. 희망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는 거라는 것도 보여주지만 반면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도 웃음지으며 잘 살아가는 것도 인간이라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작가 자신의 욕망에 흔들린 삶의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은 "바텍". 고딕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하는데요. 절제가 힘든 요즘의 우리들에게 한 밤의 교훈 동화가 될수도 있겠다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