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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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만 오면 힘을 잃는 녀석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그들의 자태를 유지시킬 수 있느냐가 고민인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어쩌다 물만 주면 된다는 선인장들마저 얼마안되서 말라갈 때는 식물이랑 나랑은 영 인연이 아니구나 싶었지만 가끔 눈에 들어오는 꽃이나 나무를 보면서 잘 키워봤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상은 바뀌지만 짝사랑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긴 하다.

 

"제대로 된 "정원사는 이런 식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111

제대로 된 정원사는 누구나 꿈꾸는 거 아닐까 싶다. 물론 전문적인 정원사는 어떤게 외래종이고 예뻐도 잘라줘야하는지 구분까지 하는 사람이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도 어쩌다 손에 들어온 꽃다발도 며칠만이라도 더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물 한번씩은 갈아봤을테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둥을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매끄러운 칼로 잘라야 한다던가 아래부분을 신문지로 감싸고 완전히 물속에 담가야 한다던가 등의 기본상식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관심은 있어도 아는 게 역시나 부족하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어느 면인지 돌아보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오랫동안 아주 꾸준히 그 땅에 매달려 일하기만 하면 가능하다." -204

마당관리를 하다보니 이쁘고 깔끔한 식물들로 어우러진 마당갖기가 얼마나 힘든것인지를 알게됐다는 박완서님을 떠올리게 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힘든 농사일 후나 부엌일 후 허리를 펴기도 전에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환한 낯으로 잔디를 망치러 등장하는 잡초를 뽑던 시어머님도 생각났는데, 그 모습이 있어야 깔끔한 마당이 생긴다는 게 공식처럼 입력이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별 짓을 다해봐도 시들어가던 나무들을 얼마 후 가보면 잘 살려놓으시는 아주 신기한 능력자이신데 어떻게 하셨냐는 물음에 그냥 보면 알게된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마 꾸준한 관심이 사랑으로, 그래서 그런 신기한 힘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능력을 과연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우리에게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이기도 한 저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님은 너무 걱정이 앞서지 말라고 한다. 내가 가진 공간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식물에게서 언젠가 생각지못한 아름다움과 기쁨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식물과의 관계도 사랑으로 볼 수 있는데 인간과는  다르다 한다. 많이 알아갈수록 그 대상이 더 짜릿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식물의 특성과 성격을 알면알수록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꽃 피우기 힘든데 이번에 꽃을 피웠다며 자랑하던 이들의 눈빛만 봐도 그렇지 않았나 하게 된다.

 

식물을 보면서 생각해봤던 거의 모든 의문들에 대한 답을 볼 수 있다. 물을 왜 저녁에 주는 게 좋은지, 어떤 식물은 방에, 어떤 건 밖에 놔두라는 신호를 어떻게 보내는 건지, 그리고 우리는 왜 화학제품으로 쉽게 식물들을 예쁘게 해놓으려 하면 안되는지도 말이다. 뭐든 쉬운 건 진짜 관계도, 사랑도 아니라는 게 식물에게도 해당된다는 이야기인듯 원예 초보에게 느껴지는데 모자란 상식을 잘  익혀야겠다 싶어진다.  내 공간만에서라도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작은 정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또 생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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