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메라 초점을 맞추며 이웃의 일상을 찍고 관찰하는 애나는 호기심투성이 관찰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어딘가 냉철하고 분석적이기 때문인데요. 그건 그녀가 이름높았던 아동 심리상담가였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사람에 상처 주고 받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 아닐까 해봅니다. 과거속 이웃들이나 환자들에 대한 기억을 여전히 곱씹는 걸 보면 말이죠.

 

사람들 마음이 아픈 건 여러가지 이유라는 걸 알고 그들이 극복하게 도와주기도 했었는데, 그런 그녀가 지금은 집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하는 '광장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헤어진 남편 에드나 딸 올리비아와 간간히 연락을 하긴하지만 그들은 함께 살려면 아직 멀었다는 알쏭달쏭한 말만 할 뿐입니다. 거의 모든 걸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그녀, 2층 올라가기도 힘들고 창문조차도 열지못한 채 아파하며 마지못해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런 그녀도 외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온라인 배달만 가지고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처할수는 없으니 말이죠. 그러다 그녀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조금 보이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옆 집에 새로 온 아이 이선의 엄마 제인과 만나면서인데요. 어딘가 애나와 통하는 제인은 그녀를 이해하는 듯 보이고 사람은 언제고 달라질수 있다는 말을 건넵니다. 제인은 왠지 보이는 것과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옆집 제인 집에서 나는 비명소리와 어쩌면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쩌면 살인 현장일수도 있겠다. 이게 문제입니다. 그녀의 신고로 모인 사람들은 물론 애나조차도 자신의 목격이 현실이였는지 헷갈리게 되는데요. 그녀가 하는 횡설수설은 그녀를 믿을 수 없는 사람,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몰아갑니다. 그녀가 자신의 목격을 간신히 확신할 즈음 누군가 그녀를 관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공간을 다른 이들처럼 활용할 수 없는 그녀인지라 누가 침입한다고 해도 집 밖으로 도망갈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착각은 아닌건지 우리는 그녀의 말과 고백을 쫓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21세기의 이창'으로 불린다는 것처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애나가 목격한 살인, 사라진 여자, 그녀를 믿지않는 이웃들과 경찰,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이창'에서의 사진작가 제프의 심경도 느껴보고, 진짜 살인인걸까라는 의문에서는 '현기증'을, 그리고 자신이 점점 미쳐가는 거 아닐까 하는 애나의 두려움을 보면서는 '가스등'을 떠올리게도 됩니다.  

 

그녀가 거의 매일 보고 있다는 흑백영화들처럼 어딘가는 익숙하고, 어딘가는 낯선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를 몰고가는 게 뭘까 궁금해지게 하는데요. 얼마전 아이와 오랜만에 "가스등"을 보게 됐는데, 점점 집중해가는 아이를 보면서 의아했던 적이 생각나더라구요. 흑백이란 것에서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아이는 싫어하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영화에 비하면 사건이 복잡한것도 아니고 사람의 심리만 따라가는 단순한 이야기 구성이라 생각할 수 있음에도 흥미로워했기때문인데요. 사람을 밖에서의 모습만 보고 전체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일인건가 하게 되더라구요.

 

"그들은 자넬 또다시 놀래킬걸세."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안나 카레니나일세.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그게 틀린 말이라는 거네, 행복하건 행복하지 않건, 세상에 똑같은 가족은 없어, 톨스토이는,..."-145

 

누군가에게 관찰당하며 집 안에서 쫓기는 애나의 시선은 우리까지 같이 한쪽 구석으로 몰리게 하는데요. 보여지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이 이야기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선택을 해야하는데요. 역시나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물론 보고 싶지만 그전에 애나가 즐겨보던 흑백 영화들도 하나씩 다시 찾아봐야겠다 싶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