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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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난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알케스티스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남편 아드메토스가 대신 죽어줄 사람을 구하게 된다면 살 수 있다는 조건을 받게 되는데요. 그의 부모님조차 이런 저런 이야기로 피하려 들었지만 그의 아내 알케스티스가 자신이 그러겠다고 결정하게 됩니다. 다행이랄까요 불행이랄까요? 저승에 간 그녀를 헤라클레스가 데려오게되고 아드메토스와 알케스티스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 후 알케스티스는 입을 다물게 되구요.

 

그녀의 마음을 알것도 같은데요. 사랑해서 선택은 했지만 설마 남편이 돌아올 수 없는 그 먼 길로 자신을 진짜 보내겠어 라는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다 처음에는 조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원망 가득해지지 않았을까 싶구요. 물론 냉정한 분들은 그렇담 왜 먼저 선택을 한거냐는 말을 하겠지만 사랑은 그런걸지도 모릅니다. 언제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거, 그러다 자신의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배신이란 감정에만 충실하게 만드는 거요. 의도나 진실과 상관없이 들어온 그 감정이 일단 생기면 예전 좋기만 한 때로 우리를 보낼 수 없을겁니다. 슬프게도 말입니다.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진걸까요. 앨리샤 베런슨이라는 화가가 남편 가브리엘을 잔인하게 죽이고 그림에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데요. 그 그림의 제목을 '알케스티스' 라 합니다. 그런 후 살해과정이나 심경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침묵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일기를 쓰는 살인자, 그리고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어떻게든 그녀를 침묵에서 꺼내주려하는 열의 넘치는 상담가 테오가 등장하는데요. 잘 나가던 병원에서 앨리샤가 입원해있는 '그로브'로 직장을 옮길만큼 테오는 그녀의 회복에 열심이지만 그의 개인 상황이 좋지 않기에 불안불안해지게 됩니다. 그의 불안이 상담받는 그녀에게 옮겨가면 또 다른 안 좋은 일이 생길 것같은 예감이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걸 막을 수 없으니까요.

 

뭔가가 좋지않게 진행되어간다는 건 알지만 그게 누구의 의중인건지 알수없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 의심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그건 앨리샤 주변 많은 이들이 비밀 하나씩 있기에 더 그런데요. 앨리샤의 일기를 바탕으로 주변 인물들의 진실을 파악해가는 테오는 그들 모두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앨리샤의 과거와 사건의 진실을 맞춰가던 테오는 앨리샤 역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신도 불안한 테오는 왜 앨리샤에게 집착에 가까운 상담을 강행하는지, 그리고 6년이란 긴 세월동안 입을 다물었던 앨리샤는 왜 테오에게 침묵을 깬 것인지와 정신과 환자와 자신도 멀쩡해보이지는 않는 상담가라는 존재가, 그리고 누구도 그 사건의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일까와 어렸을 때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덧을 내는 것인지에 대한 상상이 곱씹을수록 진짜 무서운게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표출되지 않은 감정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산 채로 묻혔다가 한참 뒤에 끔찍한 방식으로 나타난다.-지그문트 프로이트(81)

감정, 특히나 자신은 다 잊었다고 여긴 배신이란 이름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오는지의 이야기가 섬뜩하다는 걸 새삼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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