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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런 문구에 우리는 매혹됩니다. 그가 누가됐든 이미 모두가
"그렇다"라고 여긴 사건을 사실을 토대로 진실이란 어떤 상황에도 나타나게 된다는 걸, "그렇지 않다."며 보여줄테니까요.
대부분은 그가 변호사일 경우가 많은데요. 자백과 증인, cctv라는
증거까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완벽한 삼박자에 범인으로 지목된 강윤호의 평소 행실이란 덤까지 갖고 있는 경찰, 검찰 측을 상대로 멋지게 이기는
변호사가 나타나는 건가 싶었는데, 아뿔사 그녀 김수민은 완전 초짜입니다. 게다가 이미 강윤호의 자백을 믿고있기에 이기겠다는 결의마저 갖고있지
않구요. 이런 그녀에 비해 윤진하는 어떤 사건도 꼬고 돌려서 승리하는 검사인데요. 이들이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맡게 됩니다.
이런 상황인지라 그녀를 믿을 수 없는데 국민재판을 향한 모두의 눈은
십대 소녀 상해치사로 잡힌 강윤호가 아니라 일곱 번째 배심원에게 쏠리게 됩니다. 전직 대통령, 그 전에는 인권 변호사였던 장 석주인데요. 그가
배심원을 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사건은 더 꼬이게 됩니다. 어쩌면 이건 이 사건을 발판으로 서울 중수부에 들어가고 싶다는 야망을 키우는 검사
윤진하의 눈에만 그런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점점 그만의 생각이 아니라는게 드러납니다. 음모란 권력자의 뜻만 있다면, 그리고 그 뜻을 어떻게든
행할 사람만 있다면 다 만들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그 권력이 순전한 악이 아닌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집단이기를
바라는, 그렇게라도 속물인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싶어하는. 딱 그 정도의 내적 합리화라도 선행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355
야망맨일줄로만 알았던 윤진하가 정의를 행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야망을 위해 자신이 아는 부끄러움을 놓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사람이란 최소한의 양심이 숨쉴 수
있는 정도까지는 남겨두어야 살아지는 거 아닐까 하게 하는데요.
살인과 범인, 정치와 권력, 순수와 악, 이 모든 이야기를 다뤄가며
세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도, 그림자도 내가 보는 시각에 따라 위치를
바꿔가니까요. 범인도, 왜 이 모든 게 계획된 건지도, 그리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눠놓은 것도, 다 처음 생각과 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너무 보이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보게 되는데요.
"제가 무슨 수로 재판에 관여할 수
있겠습니까?"
변호사가 아닌 배심원이 어떻게 재판에 관여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사람이란 누구나 누구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거구나 하게 됩니다. 출간 전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데, 좋은 사람이 있으면 좋다는 걸, 특히나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공정하게 사건을 풀어간다는 게, 그리고 그걸 믿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건지를 보여주는 멋진 사람
이야기가 되지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