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가끔 행복해 보이는 누군가의 사진이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이 사람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겠지.. 라고 추측해 볼 때가 있습니다. 다들 자신의 좋고 이쁜 순간만 찍어 올린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러면서 나도 '그들처럼'이란 희망을 꿈꾸는데요. 그래서 그들에게서 생각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될때면 더 실망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라도 행복만 했으면 싶은데, 그들도 평범하니 인간의 한번은 맑았다 한번은 흐려지는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안다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오텀에게 대프니가 그런 존재인가 싶은데요. 수년이 지나도록 그녀와 그녀의 집안에 대한 관심을 끄지 않는 걸 보니 평범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프니가 그녀의 일상 인스타에 올리기를 멈추는데요. 그 후부터 오텀은 초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양 눈썹이 가운데에서 만난다. 어깨가 양옆으로 팽팽하게 벌어진다. 말을 더하고 싶지 않을 때 보이는 그레이엄 특유의 몸짓이다. -138

멀리서 본 대프니는 마냥 행복해보이기만 했는데, 들여다보니 남편 그레이엄의 몸짓이나 말에 엄청 신경쓰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랑하니까,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 숨은 의도를 미리 알아채 그가 원하는 대로만 살려고 하는건데요. 결혼이란 하루만이 아닌데 매일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온화한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벤이 애지중지하는 오텀 말이다.-273

오텀 역시 비슷합니다. 벤을 관찰하고 분석해 그를 잡아두려하니까요. 자신을 완전 바꿔서 말이죠.

이 문 앞에, 이 문의 차양 아래에 처음 서보지만, 어쩐지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249

그런 그들이 만나는 일이 생깁니다. 오텀이 대프니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든 마음을 보면서 살짝 서늘해지는데요.

이렇게 그들이 만나며 예정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사건이 생깁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얼마나 간사한건지를 보여주는 일인데요. 알아갈수록 실망하는 오텀을 보면서 사람의 일상이란게 그렇지 싶다가도 오텀이 점점 이상해지는 걸 보면서는 무서워지게도 됩니다. 집착이란 인간을 어떻게 변하게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오텀을 알아갈수록 그녀에게 자신을 숨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그러면서 오텀의 불행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현재를 어느정도는 이해하게도 되는데요. 오히려 대프니의 불행이 마음에 쓰라리게 오게 됩니다. 자신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녀는 더 많은 걸, 그 안에 행복도 더 많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스토킹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넘어 "훔쳐보는 여자"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누군가에게 보이기만을 위해 나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닌지를 보게 하는데요. 행복이란 마음을 적당히 놔두고, 나인채로 행동할때 찾아오는 건 아닌지, 대프니와 오텀이 조금만 자신들을 생각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속에서 씁쓸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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