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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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평판은 너무 좋아서 당신이 제안한 그런 더러운 일을 거절했다고 위태로워질 리 없습니다. 저는 제 의뢰인이게 무례히 대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나쁜 일을 한 대가로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충고 하나 드리지요. .."25

더할것도 뺄 것도 없는 , 말 그대로 딱  신사다운 태도로 탈링은 수상한 손튼의 사건 의뢰를 거절하는데요. 거절뿐 아니라 멋진 충고까지 날립니다. 한 눈에 의뢰자가 어떤 인간인지 파악하는 탈링과 말없이 보는 것만으로 사건 해결하지 않을까 싶은 링추의 날카로움은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만으로도 모든 사건을 다 풀어내겠다는 기대를 주는데요. 그렇게 만난 손튼이 며칠 후 공원에서 수선화 한 다발과 함께 죽은 채 발견되면서 그들의 실력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손튼이 범죄자로 몰려고 했던 여인 오데트 라이더, 이미 백화점에서 횡령을 저질러 손튼에게 의심받고 있던 밀버그 , 손튼의 과거 행적, 그의 죽음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게 된 탈링,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서도  속을 알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하는 링추,손튼에게 애정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신이 나간것으로 보이는 범죄자 샘, 그들 모두는 사건에 얽히지 않은 듯 묘하게 얽혀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이런 인물들에 사건 현장에 놓여있던 수선화와 '자화번뇌'라 쓰여진 채 남아있는 종이는 이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거라는   암시로 느껴지게 됩니다.

 

 

어딘가 옛스럽게 보이는 인물들의 말투나 사건의 전개에서 시간의 흐름을 볼 수는 있지만 사건은 거듭 일어나며 추리물의 매력을 잃지 않습니다. 스릴러물 작가이면서 킹콩의 원작자인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이라서일까요.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쫓아가는 와중에 싹트는 사랑까지 보여주면서 20세기 추리물의 낭만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럴 줄 몰랐던 이에게 찾아 온 사랑은 철저할 것 같았던 탈링도 말랑말랑해진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범인이라 오해받으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못하겠다는 이(그게 오히려 자신이 진범은 결코 아니라고 돌려 말하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만),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한 오데트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올때마다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할게 틀림없을 탈링의 변화는 은근 보는 재미가 있어 그들의 사랑 결과가 어찌될지 들여다보게 합니다.

 

 

'흰 얼굴의 남자'라던가 '작고 작은 여자'라며 누군가를 지칭하는 낯선 단어들과 '수선화'라는 게 여러 뜻이 될 수 있다는 것, 고백하게 만드는 게 증거가 아니라 고문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던지 등의, 여러 복잡한 계산에 따른 게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된 사건과 그 뒷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사건의 범인은 아니지만 그 사람보다 더 나쁜 인간도 있다는 것도 보여주면서    진범보다 더 나쁜 인간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그렇담 그 시대 마땅한 벌은 어떤 게 될지도 궁금해지게 됩니다. 

 

 

 그 분을 사랑했다는 눈물의 자술서부터 수선화가 피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이들의 대화까지 용의자를 점점 추려가면서도 사건이 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해지게 만들고, '그랬구나'라는 틀을 완성해가는데 이게 추리 고전의 묘미아닐까 하는데요. 사건에 늘 인물들의 사랑을 넣지 않을까 싶은, 에드거 월리스의 미스터리가 또 뭐가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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