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 나들이 온 가족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외출이 이르다 싶은 갓난아기와 그 아이에게 지금의 봄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아버지, 그 뒤를 한가로이 거니는 엄마였는데요. 이것 꽃이고, 저건 호수고 지금 날씨를 봄이라고 하는 거야 ... 등등을 속삭이는 게 분명한 아빠의 눈빛은 나를 웃게 했습니다. 세상 모든 걸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그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요. 내 아이든, 조카든, 사랑하는 꼬맹이가 있는 이들이 그들을 보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되듯 아픈 아이로 인해 반대의 상황에 놓인 이들을 바라보는 건 역시나 그 마음을 짐작하게 하기에 아픔과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의 행위는 논리적으로 옳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리마 씨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 논리적으로 옳은 행위인데 왜 그렇게 느껴질까요? 그 이유는 인간은 논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에요."-342

인간이 논리만으로 결정하기 쉬운 일은 별로 없다는 걸 히가시노 게이고는 보여줍니다. 뇌사상태에 빠진 아이와 누군가의 장기 이식만 기다리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이, 각각의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모습은 지나치다 싶은 부분을 보면서도 옳다, 그르다 라고 말 할 수 없기때문인데요. 비록 의사는 뇌사 판정을 내렸지만 금방이라도 눈 뜰 것같은 아이를 포기할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장기 기증이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지만 내일이면 누군가 나타날거고 그러면 우리 아이는 건강해질거라는 희망을 버릴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은 걸 알기에 누군가의 입장에도 서지 못하고 서로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기다려보게 됩니다.

인어공주처럼 예쁘게 잠든 미즈호가 일어나길, 유키노에게 맞는 심장이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기대하게 되는데요. 읽어갈수록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살아있다는 게 어디까지인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다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구나 하게 됩니다. 사고 후 많은 경우가 있다는 걸 들어왔음에도 우리와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명확할거라는 막연함만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가 누구의 입장이 되도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라며 여기 모두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보입니다. 가족들 앞에서 칼을 들 수 밖에 없었던 엄마,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가족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 말이죠. 어떤 이유로든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이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가슴이 시키는대로 최대한 이별을 미루는 게 나은건지, 머리가 시키는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나은건지,머리와 가슴이 함께 하는 인간이기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미리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되는데요.

"이 아이는 살아 있어요!"

과학와 인간, 부부와 남남,부모와 아이, 뇌사와 장기 기증, 살아간다는 건 그 단어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 살아있다."에 대해 나는 얼마나 생각해봤나를 알게 되는데요. 그렇지 않았던 이에게는 고민과 선택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