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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채워라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평점 :
"얼마 전 자네 기일에도 저기 꽃을 올리고 향을 피웠는데."-97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모두 원하는 일일지도 모르는, 환생말입니다. 자신이 죽은 뒤 무려 삼년이 지나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된 데쓰오는 기억이 없는 그 날, 자신의 죽음이 일어난 날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의 죽음을 불러온 것이 무엇일지 따라가게 되는데요. 이쁜 아내 지카와 막 태어난 아기 리쿠, 자신이 추진하던 일에서 성과가 막 나오던 제일 행복한 시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게 누군지 알것만 같던 데쓰오는 조사하면 할수록 자신의 확신이 흔들린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부분 환생이야기가 자신 죽음뒤의 미스터리를 풀던가 남은 이들의 슬픔을 풀어주기 위해 다가왔기에 데쓰오의 억울한 죽음을 말하기 위한, 이렇게 미스터리가 될 줄 알았던 이야기는 그같은 환생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과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으로 처음 생각과는 달리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죽음보다 큰일을 경험할수 없다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비극입니다."-489
역시 한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죽음의 진실에 관한 무게만큼이나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우선 보여줍니다. 그 얽힌 관계를 풀어가며 데쓰오는 자신도 모르게 삶의 무게에 기우뚱 하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데요. 생각보다 자신이 힘들었다는 걸 갑자기 깨달은 데쓰오지만 돌아와 생각해보니 삶의 무게가 그렇게 무겁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 그를 보며 우리도 생각할 게 점점 많아집니다. 무거운 일, 가벼운 일, 그냥 평범한 일들 사이에서 우리는 내 나름의 무게를 정하는데요. 그 안에서 하나씩 들여다보며 많고 무거운 일로, 때로는 그냥 넘기며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게 하루이자 매일이고 또 삶이라 생각하는데, 그가 이제서야 새삼스레 알게되는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친구와의 시간, 일상에서 먹는 음식들의 맛은 나는 또 어땠나를 돌이켜보게 됩니다. 이게 무겁고 짜증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평범해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그의 눈으로 보니 진짜 별 일이고 별 맛이기에요.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564
알고는 있지만 딱히 정해지지 않았기에 마음놓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환생자들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데쓰오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 전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몰랐던 지카에게 생각보다 큰 상처가 있었고, 자신의 죽음 후에 그게 더 깊어졌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커갈지 모르는 아들 리쿠에게도 좀 더 좋은 게 뭔지를 예전과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고 우리도 같이 "나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건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그래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생각해보니 많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좀 더 시간이 있을거야."-570
그럴꺼라고 믿고 싶지만 삶의 시간은 늘 째깍거리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딴 일을 할 때가 많네요. 쫓기게 살아보자는 게 아니라 여유있게 하지만 삶의 시계 소리를 들으며 소중하게, 그러니 조금은 굳은 어깨를 펴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인데요.
"날 낳아줘서 고마워요."
"내가 죽을 때, 머리맡에서 다시 한번 그렇게 말해다오. 네게 받는 효도는 그거면 충분해."-596
요즘 감성적이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게 큰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요.내게 진짜 소중한 게,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데쓰오를 자꾸만 쫓아오는 눈부신 햇살속에서 생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