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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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집에 살 수 있다면 집주인이 내 건 까다로운 조건들쯤이야 무시해도 좋지 않을까. 최신식의 미니멀리즘에 의한 깔끔하고 안전한 집에 집세까지 완전 싸다면  말이다.  한 눈에 들어오는 최신식, 깔끔, 안전  이 모든 건 우리가 집에서 원하는 거 아닐까 한다. 딱 하나 안락함까지 더하면 좋겠지만 어찌 모든 것에서 다 만족할 수 있을까.  우선 순위를  어느 걸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가치란  달라지는 것이니 안락함은 없지만 기계화가 주는 편리와 안전을 우선으로 여긴다면 그것도 편안함, 마음이 주는 안락함으로 볼 수 있으니 썩 괜찮은 집이다 싶다.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하고 싶지만 계약이 이뤄진 후에도 까다로운 집주인의 조건에 응해야 한다면 그건 또 내가 사는 집이란 생각이 들까 싶다. 6개월에 한 번정도는 박물관처럼 집을 공개하기도 해야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야하는 건 기본이고,집주인이 해놓은 상태 그대로 뭔가를 바꿔도 안되고, 시간별로 주어진 설문에 답하기 전에는 집의 기본시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작동하지 않기에 말이다.

이런 집에 살게 된 두 여자가 나온다. 강도를 얼마전 당해 이사를 하고픈 과거의 에마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사를 해야하는 현재의 제인이다. 그들은 생긴것도 닮았고 집주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닮았다. 거기에 그녀들은 차가운 매력을 지닌 집주인의 사고로 죽었다는  아내와도 닮았고 말이다.  과거와 현재의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을 돌려가며 설명해주고 있는데 어딘지 묘하게 그 집에 살면서 운명까지 닮아가는 듯 보이는 그녀들의 불안한 일상은 우리의 걱정을 더하게 된다. 과거의 에마 역시 알 수 없는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게되니 더 말이다.

새 집에 이사하면서 생기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집에 붙어있는 귀신이나 사람때문에 전에 살던 사람이 겪었던 일들을 똑같이 겪는 일도 생기고 말이다. 제인과 에마 역시 집주인 에드워드에게 나쁜 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끌리게 되고 그 집에서 비슷하게 살게 되는데 보안이 철저한만큼  거기 사는 이를 고립시킬수도 있는 집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상처로 그 집에서 보호받길 원하는 그녀들의 생활은 초반부터 위태로워보이게 되고 그만큼 우리의 관심은 더하게 된다.

손을 움직이면 작동하는 가스레인지가 작동하지 않아 마구 손을 흔들다 갑자기 피어오른 불꽃에 화상에 입는다던지 주인이 원하는 설정온도를 지키던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던지 아예 물을 틀어주지 않는다던지 하는 일들로 "갑자기"  집이 나를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때,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싶다. 특히나 혼자 살고있다면 더 말이다.   그 전까지는 자신들을 위한 공간이라 당연히 여긴 곳이 말을 듣지 않자 불안해지는 그녀들이다. 우연일까, 혹은 누군가의 의도일까. 그렇다면   자신의 힘을 보이려  그 비열한 일을 하는 이가 과연 누구일지 용의자는 떠오르지만 확실할 수는 없는 상태가 지속되게 되는데, '아뿔사' 그녀들은 마지막 순간에 또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 집과 내가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의 미장센이 된 것이다."-255  
보호해줄꺼라 믿었던 집이 점점 감옥으로 변해가는 느낌, 집이란 게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집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인데 누군가의 감시속에  꼼짝못하는  느낌이라면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아무리 좋아도 모델하우스에서  산다는 걸 아무도 생각 안하는 걸 보면 다들 비슷한 거 아닐까. 그런 집과 그녀들을 밖에서 조여오는 누군가, 그를 찾는다는 건 그녀의 목숨이 또 위태로워졌다는 것일거다.

"사생활을 기대할 수 없어요. 그렇게 서명했잖아요. 기억하죠?"-215

완벽한 집에서의 새로운 삶을 각자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사건과 함께 보게 되는데, 영화로 된다니 더 기대해보게 된다. 반짝이지만 따뜻하진 않은 집, 닮은 여자들, 같아보이는 사건과 다른 이유, 자신만의 규칙에 사는 냉정한 남자와 맞춰주려는 따뜻하지만 차가움을 견딜 수 없는 남자가 사건의 전과 후, 결과를 다 안다고 해도  눈으로 다시 보면 더 무서워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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