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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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만나면서( 데이트를 포함한 모든 호감관계에서) 제일 두려운 일은 뭘까 생각해봅니다. 그건 믿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데요. 혹시나 이 사람이 사귀게 된 후 달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면 그 사람과 좋은 관계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겁니다.

대학 때 처음 사귄 조지의  데이트 폭력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케이트는 그 사연을 알고나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매사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머릿속에서 나가지 않는 조지와 함께  자신 주변에서는 안 좋은 일만 일어날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그녀가 용기를 내서 6개월동안 미국에 사는 사촌 코빈과 집을 바꿔보기로 합니다. 일어날것만 같은 공황장애도 이겨내고 코빈의 집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시작이 좋다 싶었는데,   코빈의 집에 들어가려다  오드리란 사람이 연락이 안 된다는 이야기에 곧바로 오드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거라 단정합니다.그러다 그녀는 코빈과 오드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쩌면 이 모든 일은 코빈으로 인한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는 제목부터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오는데요. 뭘 봤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사건이 연상된다면  그건  증상이 심해보이는 케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는거라 생각하니  좀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누가, 어떻게 라는 단순 사건일줄 알았는데, 이 사건은   현대인들이 무서워하는 공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 내 집에 들어오고  살기까지 하다' 나 '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 사귀기 전에는 당신은 나에, 혹은 그(녀)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과 같다' 라는 거 말입니다. 그들은 지켜보고 상대의 의견에 상관없이 애정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그런 후 상대가 알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제멋대로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하기에 이런 게 '도시 공포'아닐까 합니다.  

상대에 대한 잘못된 애정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과 복잡하게 얽혀 살아간다 싶으면서도 우리는 굉장히  외로운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보게 됩니다.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잘못된거라는 걸 알면서도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느낀다는 게 말이죠. 불안증이 심해보이는 케이트,쫓기는 걸로 보이는 코빈, 불안한 그들의 과거는 집을 바꿨음에도 현재에도 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데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 "아낌없이 뺏는 사랑'으로 삐뚤어진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를 보여준 피터 스완슨은 그런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과 만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알 듯하면서도 잘 모르는 현대인들의 이웃 모습을 통해 보여줍니다. 평화롭고 애정 가득해보이지만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는 오랫동안, 그리고 깊게 사귀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면서 말이죠.  결말이  급진전 된다는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사람은 길게 봐야 제대로 알게 되는 거라는 걸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오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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