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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ㅣ 현대지성 클래식 2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장 드 보쉐르 그림,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평점 :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당신의 귀를 유혹하겠다면서 '황금 당나귀'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밀레투스식의 몇몇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고 하는데, 밀레투스라함은 기원전 2세기경으로 올라가야한다니 놀라게 됩니다. 기원전 2세기, 그리고 로마를 얘기하는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남아 여기까지 왔는지 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
소설이기도 하고, 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선정도서이기도 하다는데요. 나는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즉 저자 자신이라고 하는 그는
자신이 호기심때문에 겪게된 일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믿거나 말거나"식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이들에게 이 모든 건 거짓같겠지만 진실이 틀림없다는
말을 미리 하고 말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또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기에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마법과 신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욕심많고 어리석은 인간들도,이유없이 당한다 싶은 이들도 당연 만나게 되고 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도 만나게
되는데요. 오래전 이야기임에도 읽기에는 불편함이 없이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 조금씩 다른 신화속 이름이나 지명에 관한
이름들만 넘어가면 말이죠.
첫 장부터 호기심 굉장해보이는 루키우스를 보게
되는데요. 그 호기심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꼬이게 만듭니다. 사람이 새가 되는 마법을 보자 자신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데요. 실수로 당나귀가
되면서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세상 다시 없을 고난을 겪게 되는데요. 겪으면 겪을수록 불평이 많아지는 그를 보면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한 잘못이 자신에게 있는 걸 너무 잊은 건 아닌지.. 혀를 좀 차게
됩니다.
돈키호테 느낌으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읽힙니다.(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도 보입니다만) 밤에만 나타나는 남편의 얼굴을 꼬임에 넘어가 보게되고 약속을 어겼기에 고난을 겪어야 했다는 "쿠피도와
프쉬케의 사랑"이라던지 의붓아들을 사랑하다 끝내는 증오해 사건을 벌인 여자의 이야기라던지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들도 보게 되는데요.
솔직하지만 방탕해보이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또 때로는 너무하다 싶은 인간과 신이 엮어내는 이 이야기들은 결국 인간이 어디로 돌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로도 이 비슷한 마녀 재판을 받았다는 저자 루키우스는 결국 인간보다 신에게 더 많이 의지했을까, 그에게 씌어진 혐의는 과연
부당한 일이였을까 궁금하게 만드는데요. 좋은 일이건, 안 좋은 일이건 호기심을 너무 부리면 안되겠구나 싶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의 결과가
궁금해지는 걸 보면 시대에 상관없이 없어지지 않는 게 인간의 호기심이구나 하게 됩니다.
꿈에서나 볼 듯한 이야기라 그런가요. 새로운 신화속 세상을 들어갔다 온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인간이 어떤 존재들인지를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알려주는 당나귀의 이야기가 행동을 똑바로 해야겠다는 교훈을 주긴
하네요. 누가 또 장미를 기다리고 있는 당나귀 탈을 쓴 인간인지 알수 없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