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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서 뭐 해먹지? - 여행지에서 손쉽고 간편하게 잘 먹기
이효연 지음 / 바이탈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제과제빵책을 포함해 꽤 많은 권수의 요리책을 갖고 있다. 보고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요리책 보는 걸 즐긴다. 어렸을 때 예쁜 선물용품이 망라되어있는 광고책자를 들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폈던 것처럼, 먹기 좋고 때깔나는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솟는 것 같다.
'놀러가서 뭐 해먹지?'란 요리책은 제목처럼 여행지에서 특히 좋은 요리책이다. 여행도 숙박지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고, 함께 가는 사람에 따라 즐겨 먹을만한 음식도 조금씩 달라질 텐데, 책은 그런 점을 의식해 총 5장으로 구분해 놓았다. 팬션, 콘도에 갔을 때, 캠핑, 민박여행을 갔을 때, 피크닉 갈 때, 연인, 또는 아이와 여행갔을 때로 나누어 각 여행의 만들기 쉽고 편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놀러갔을 때만 필요한 요리책? No~! 절대 아니다.
만약 이 책이 놀러가서만 사용이 될 요리책이었다면 잠시 훑어본 후 곧 책장에 꼽히는 처지가 되었겠지만, 이 책은 우리집 주방과 매우 친한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책에 나온 햄버거패티와 핫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요리책을 보고 쓰여진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다 보면 대충 감이 온다. 보기에만 좋은 책인지 따라하면 맛이 나는 책인지. 이 책은 후자쪽이라고 생각된다. 빵가루와 달걀, 양파, 우유를 넣고 우스터 소스로 간을 한 햄버거패티는 그냥 먹기엔 심심하지만 위에 소스를 뿌려 먹으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났고, 연유를 듬뿍 넣은 핫케이크도 합격점을 받았다.
내친 김에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감히 엄두를 못내던 바비큐폭립에 도전하기 위해 엊그제 바비큐소스도 구입했다. 책에 나와있는 만드는 법이 매우 간단하여 무엇이든 다 잘 만들 수 있는 자신이 붙는다.
책에 소개된 요리의 가짓수가 정말로 많다. 일반 요리책의 1.5~2배는 되는 것 같다. 그 중에는 만나서 반가운 레시피인 해물고추장양념, 뱅어포구이, 즉석묵무침, 즉석스키야키, 골뱅이 라면무침도 있었고, 두부를 으깨 우유와 섞어 콩국수를 만든 우유콩국수라는 처음 보는 요리법도 있다. 책을 보다보면 부대찌개도 파는 것처럼 맛있게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같다.
궁금하다.
이 책에 나와있는대로 두부조림을 만들어보면 평소 만들던 것보다 맛있을까?
땅콩버터, 크림치즈와 바나나가 만난 토스트의 맛은 어떨까?
멸치국물로 만드는 고추장 떡볶이의 맛은 어떨까?
채소부추전에도 멸치국물 2.5컵이 들어가던데, 맹물을 넣을 때보다 감칠맛이 날 것 같아 따라해보고 싶다.
갖고 있는 요리책 중에 정말로 정성스러운 책이 있다. 볶는 요리에도 절대 일반 간장만을 쓰지 않으며 집간장과 반반을 섞어 사용하고, 모든 요리에 쇠고기가 조금씩 들어간다.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며느리에게 물려줄 만한 레시피를 다루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사실 힘들다. 비싼 쇠고기를 여기저기 다 넣기도 힘들뿐 아니라, 집간장은 집집마다 짠 집도 있고 좀 묽은 집도 있기 때문에 레시피대로 해도 왠지 엉성한 맛이 났다. 정말로 보기엔 좋으나 따라하기에는 힘에 부친 책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비하면 이 책은 바쁜 생활을 염두에 두고 스피드하게 만들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하면서도, 인스턴트 위주의 간편함만을 추구한 책은 아니다. 적당히 중도의 선을 걷고 있어 바쁜 가정에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사진이 다른 요리책에 비해 선명하지 않은 감은 있지만, 난 그보다 레시피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