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우습게보고 의연하게 대처하기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찾던 논술책을 만났다.
나는 아마도 이런 책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읽으면서 속이 다 후련해짐을 느꼈겠지.

논술은 힘들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딸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이 책 안에 다 있다.
정리되지 않은 실타래처럼 머리 속에 꼬여 있어서 내 입에서 맴돌기만 할 뿐, 속 시원히 밖으로 꺼내지지 않던 이야기들이 소설가가 쓴 유려한 문장으로 읽기 좋게 나와있으니 등에 졌던 무거운 짐을 한겹 벗은 기분이다. 누구 말을 흉내내는 것 같지만, 나는 떡 벌어진 밥상 차려주듯이 이 책을 건네고 아이는 그것을 맛있게 받아먹으면 되는 것이다. 

논술시험이 가까워 오면 학원에서는 예상문제를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 모범답안을 외우다시피 하도록 시켜 학생들간의 논술 내용이 서로 비슷해진다는 신문기사를 보았었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해도 남의 논리와 비슷해서는 좋은 점수를 딸 수 없다는 것은 논술 학원에 모든 것을 맡기는 선택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독창적인 자신만의 논리로 이끌어나간 글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선택은 한 가지, 그런 논리를 이끌어낼 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나 논리적인 글은 논리적인 생각을 밖으로 토해내는 기법의 세련됨과 내용의 충실함을 다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아이들은 걸음마를 처음 배울 때처럼 뒤뚱거리며 겁을 낸다. 우리 아이가 그런 상태이다. 논리력의 가지는 채 자라지 못했지만 아담한 나무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초심이, 마음에 차지 않는 완성작으로 상처를 받아 논술이란 말과 어려움이란 말이 동의어가 된 것만 같았다.

'논술 우습게 보고 의연하게 대처하기'는 아이들의 수준에 안맞게 너무나도 어려운 논술 문제에 대해 '상대평가'란 점을 강조하며 먼저 안심을 시킨다.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며 논술 수업을 따로 받을 시간조차 부족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버거운 논술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수준에 지레 겁을 먹기보다는 대학 관계자들에게 '내가 얼마나 괜찮은 학생인지를 보여주는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세세하게 논제를 읽는 방법, 시간 배분하기, 함부로 날뛰는 생각을 울타리로 막아두기, 휘몰아치듯 쓴 후 수정하기, 비판적으로 쓰라는 말에 겁먹지 말기, 문장의 리듬 살리기 등을 삼촌이 들려주는 것처럼 편하게 설명해 나간다. 이 책은 예상문제를 찝어내고 모범답안을 제시한 책이 결코 아니다. 책을 읽은 후 실전에 임하여 글을 쓰는 것은 오로지 수험생의 몫이다. 그러나, 논술에 대한 긴장감을 없애주고 방법과 주의점을 설명해 준 책의 내용을 기억하면 예전보다 논술 작성이 한결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된다. 물고기를 낚는 기본을 가르쳐주는 책으로서 잡아보지 않은 어떤 물고기라도 낚을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논술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보다는 실력을 쌓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알짜배기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