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를 만나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시, 문지혁 옮김, 노경실 글 / 가치창조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고흐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작품에 대해 간간이 설명하는 여타 고흐 관련 책들과는 약간 다른 방식을 취한다.
마치 그림과 감정에 충실하자고 설득하는 것처럼, 컬러판으로 잘 인쇄된 그림과 그림을 보고 얻은 영감과 감상을 주로 다룬다.
분량이 많지 않은 글은 모두 세 부분으로 나뉜다. 고흐의 편지글에서 발췌한 부분, 노경실 작가의 시적인 그림 감상 글, 그리고 역시 그림을 보고 노래한 멕엔타이어의 시이다.

그림과 함께 가장 심금을 울린 글들은 역시 고흐가 직접 쓴 글이었다. 그림을 대하는 자세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인생의 쓸쓸함이 묻어나 있는 그의 진실한 글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핀으로 톡톡 타는 듯한 절절함으로 와닿는다.

--그리스도는 모든 예술가들 중에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서,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예술가는 조각을 하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글을 쓰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말을 통해 코로 숨쉬는 사람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p57)--
한때 종교에 몸담았던 고흐는 그리스도에 대한 찬사마저도 입에 발린 도식적 미사여구가 아닌 그의 독창적인 언어로 이야기한다.

--진정한 화가의 의무는 자연에 몰두하고,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된다. 만일 돈 때문에 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면 그런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p83)--
고흐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사람과 자연에 대한 때묻지 않은 시각의 발원지는 고흐의 이런 진지한 마음자세이다. 종교든 예술이든 자신을 오롯이 바쳐 몰두하는 경건한 자세, 세상과 적당히조차도 타협하지 않았던 곧은 열정은 그를 외롭게 했지만, 작품에 남아 뒤늦게나마 그의 순수한 열정을 전한다.

멕엔타이어의 시는 번역의 한계 때문인지 그림 위를 떠도는 안개처럼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는 못했다. 책 뒤편의 외국인 작가와 교수들이 멕엔타이어의 시에 대해 보내는 찬사를 보면, 영시 자체로 읽었을 때 또다른 감흥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되지만.

지난번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시회에서 고흐의 '생 레미의 포플러'란 작품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에 반하여 좋아하게 된 그 작품을 이 책에서도 만나게 되어 반가웠지만, 책의 한계상 그림의 색깔이 실물처럼 표현되어 있지 않다. 어느 책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쇄 과정에서 실제 색감이 달라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
'생 레미의 포플러' 뿐만 아니라 다른 그림들도 실제로 만나면 책으로 봤을 때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리라 예상된다. 그를 만나러 주섬주섬 챙겨 길을 나서 보자.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이 행여라도 있거들랑 집에 떨구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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