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아빠가 금요일날 편도선수술을 한데다 비도 퍼부어대니 네식구가 꼼짝없이 방안에서 내리 뒹굴거렸다.
노는것도 잠깐이지 네 식구가 좁은 집안에서 복작대니 조금씩 말소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연우와 건우는 틈만 나면 낄낄거리며 사고를 쳐 놓고 엄마의 반응을 살피고, 어쨌든 수술후의 환자라고 죽 끓이랴 수시로 들여다봐주랴 3일연휴가 어느새 마지막이다.
빗줄기를 보며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는데 문득 청춘이 저렇게 쏟아내리는 빗줄기처럼 지나갔구나 싶다.
신록같던 이십대초반에 만났던 이들은 어디서 늙어가며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을까?
그들도 이 장마에 아픈이를 뒷치다꺼리하며, 혹은 아이들과 싸워가며 삼십대의 후반을 혹은 사십대의 초반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중 누구 하나의 마음이라도 온전히 받아들였더라면 오늘 이렇게 빗속에 아이들의 투정을 들어가며 죽을 끓이는 일은 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 맞춰 아이의 약을 먹이고 머리를 감기고 죽을 끓이는 가난한 일상속에 내 젊은날의 꿈이 풀죽어 무릎을 구부리고 있다.
내일은 평소처럼 기어이 아침 여섯시 반에는 공부하러 나가겠노라며 잠든 건우아빠의 등뒤로는 무엇이 있어 그를 저리 밀어대는 것일까?
그리고 내 등뒤에 붙어 나를 밀어대던 것들은 어느새 빗물처럼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이 장마가 끝나면 나는 또다시 이 생각조차 잊고 하루 삼십분의 여유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며 생활에 등을 내주고 밀려다니리라.
그러나 또다시 세월은 어느때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가 되어 떠밀리는 내 발목을 잡아 세울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걸음을 멈출때는 내 생을 보다 진지하게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