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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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0 공존과 평화
P162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 子路
동의 의미도 첫구와 다음 구에서의 의미가 각각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구에서는 부화뇌동 즉 자신의 분명한 입장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다음 구에서는 동일함, 즉 차이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논어의 이 화동론 和同論은 근대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는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용과 공존의 논리입니다. 반면에 동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가치만을 용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입니다.

P163 동의 논리아래에서는 단지 양적 발전만이 가능합니다. 질적 발전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화의 논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여 공존하지 못한다." 화 和의 논리는 자기와 다른 가치를 존중합니다. 타자란 없으며 모든 타자와 대상은 사실 관념적으로 구성된 것일 뿐입니다.

문명과 문명, 국가와 국가 간의 모든 차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됨으로써 비로소 공존과 평화가 가능하며 나아가 진정한 문화의 질적 발전이 가능한 것입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바로 이러한 논리라고 생각하지요.

P165 우리의 통일론을 동의 논리가 아닌 화의 논리로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입니다.
화의 논리는 무엇보다 먼저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통일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존과 평화 정착은 통일 과정에서의 요구되는 전 과제의 90%를 차지할 만큼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P166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은 대륙적 소화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불교, 유학, 마르크시즘, 자본주의 등 어느 경우든 더욱 교조화 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동의 논리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화의 논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자기 흉내를 내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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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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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1 일례로 건위천괘의 상구효에 항룡유회 亢龍有悔 (亢 높을 항, 높이 오를 항, 목 항, 悔 뉘우칠 회)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하늘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는 경계입니다.

앞에서 주역은 변화의 철학이라고 했습니다. 변화를 사전에 읽어냄으로써 대응할 수 있고, 또 변화 그 자체를 조직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절제와 겸손이란 자기가 구성하고 조직한 관계망의 상대성에 주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마법이 로마이외에는 통하지 않는 것을 잊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항룡유회: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다시 내려 올 수 밖에 없듯이, 부귀가 극에 이르면 몰락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해 이르는 말

P142 노예제 사회에서는 학습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학습이 갖는 의미는 거의 없습니다. 학습에 대한 언급이 ‘논어’ 첫 구절에 등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 변동기임을 짐작케 하는 것입니다.

P144 습 (習) 부리가 하얀(白) 어린새가 날개짓 (羽)을 하는 모양입니다. 복습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배운 것, 자기가 옳다고 공감하는 것을 실천할 때 기쁜 것이지요.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說: 기뻐할 열, 말씀 설)
어쨌든 학이시습지 學而時習之 의 습習은 실천의 의미로 익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時의 의미도 ‘때때로’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성숙한 ‘적절한 시기’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시는 often 이 아니라 timely 의 의미입니다.

P145 사회 변화 역시 그것의 핵심은 바로 인간관계의 변화입니다. 인간관계의 변화야말로 사회 변화의,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준거입니다. ‘논어’에서 우리가 귀중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입니다.

P146 계급관계는 생산관계이기 이전에 인간관계입니다. 자본제도의 핵심은 위계적인 노동 분업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자에 대한 지배체제가 자본제도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생산자에 대한 지배권력이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에 의하여 행해지든, 사회주의 사회의 당관료에 의해 행해지든 본질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제도의 핵심개념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사실이지요.

P147 영원히 지나가고 다시 오지 않는 과거는 없습니다. 우리는 까맣게 잊었던 과거의 아픔 때문에 다시 고통받기도 하고, 반대로 작은 등불처럼 우리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옛 친구를 10 년이 훨씬 지난 후에나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P149 ‘주역’ 지천태괘 地天泰卦의 효사 爻辭에서 무왕불복 無往不復 이란 구절을 읽었습니다. 지나간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었지요.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 이란 구절은 어디까지나 진보적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통일체를 인식하고 온고 溫故함으로써 새로운 미래 (新) 를 지향(知) 할 수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P150 자신의 방법으로서의 온溫은 생환 生還 과 척결 剔抉 (바를 척, 도려낼 결)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150 君子不器 – 爲政 (위할 위, 정사 정) 그릇이란 각기 그 용도가 정해져서 서로 통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릇의 의미는 특정한 기능의 소유자란 뜻입니다. 군자는 그릇이어서 안된다는 것이 이 구절의 의미입니다.

P152 전문화는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아래 층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차를 전문적으로 모는 사람, 수레바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배의 노를 전문적으로 젓는 사람 등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신분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였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육예를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예, 악,사(궁술), 어(마술), 서, 수를 모두 익혀야 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들은 시도 읇고 말도 타고 활도 쏘고 창칼도 다루었습니다. 문사철 시서화를 두루 익혀야 했습니다.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가 못 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고있는 전문성 담론이 바로 2 천년 전의 노예계급의 그것으로 회귀하는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P154 법가 강의 때 다시 설명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사회의 지배계층은 예로 다스리고 피지배계층은 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주나라 이래의 사법 司法 (맡을 사) 원칙이었습니다.

형은 최소한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에 비하여 예는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세우려는 우회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은 인간관계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두는 것이며 반대로 예는 인간관계를 열어놓음으로써 그것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는 구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156 나는 사회의 본질은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은 인간관계의 지속성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적인 인간관계에서는 그 다음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회란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사회성 자체가 붕괴된 상태라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P159 미 美는 글자 그대로 양 羊자와 대 大자의 회의 會意 입니다. 양이 큰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입니다
고대인들의 생활에 있어서 양은 생활의 모든 것입니다. 생활의 물질적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고기는 먹고, 그 털과 가죽은 입고 신고, 그 기름은 연료로 사용하고, 그 뼈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한 마디로 양은 물질적 토대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양이 무럭무럭 크는 것을 바라볼때의 심정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그 흐뭇한 마음, 안도의 마음이 바로 미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우리말의 뜻은 ‘알 만하다’는 숙지성을 의미한다는 사실입니다. ‘모름다움’의 반대가 아름다움입니다. 오래되고 잘 아는 것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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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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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중국 역사에서는 남과 북이 싸우면 언제나 남쪽이 집니다. 중국의 전쟁사는 언제나 남의 패배와 북의 승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기후가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한 남방인들의 기질이 험난한 풍토에 단련된 북방인의 기세를 당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싸움에 지는 것을 패배라고 하고 그것을 敗北라고 씁니다. 북에게 졌다고 쓰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일하게 남방이 북방을 물리진 정권이 바로 현대 중국입니다. 호남성 장사의 마오쩌뚱이 이끈 중국 공산당이 건설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를테면 남방정권입니다.
 1972년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마오쩌뚱이 닉슨에게 건넨 선물이 놀랍게도 ‘초사’라는 사실입니다. 마오쩌뚱은 ‘초사’를 손에서 한시도 놓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장정때에도 손에서 ‘초사’를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P78 ‘초사’는 한나라 유황이 굴원,송옥 등의 작품을 모아 펴낸 책을 말합니다. 이 책이 나온 이후로는 일반적으로 초나라의 시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남방국가인 초나라의 시체로써 음악에 가까운 운문입니다. ‘시경’ 이 사실적이고 노동과 삶과 보행의 정서로 이루어진 시 세계임에 비하여 ‘초사’의 세계는 자유분방, 정열, 상상력, 신비, 환상 등 낭만적이고 서정적입니다.
 
P81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의 먼지를 떤 다음 갓을 쓰는 법이며, 몸을 씻은 사람은 옷의 먼지를 떤 다음 옷을 입는 법이라고 선언합니다."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을지언정 깨끗한 몸을 더럽힐까 보냐고 자신의 고고함을 선언합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가장 정갈하게 간수해야 하는 갓끈을 씻고, 반대로 물이 흐르면 발을 씻는 것입니다. 이것은 획일적 대응을 피하고 현실적 조건에 따라서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론은 좌경적으로 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좌경적이라고 하는 것은 비타협적인 원칙의 고수라 할 수 있습니다.우경적이라는 의미는 맑은 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P87 ‘주역’의 관계론에 초점을 두기로 합니다. ‘주역’에 담겨 있는 판단형식 또는 사고의 기본 틀을 중심으로 읽기로 하겠습니다. 판단형식 또는 사고의 기본틀이란 쉽게 이야기 한다면 물을 긷는 그릇입니다. 생각하는 것은 바다로부터 물을 긷는 것입니다.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나름의 인식 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주역은 동양적 사고의 보편적 형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P88 나는 점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면 된다’는 부류의 의기 방자한 사람에 비하면 휠씬 좋은 사람이지요. ‘나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P89 나는 인간에 두려운 것, 즉 경외의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오만을 질타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을 치는 마음이 그런 겸손함으로 통하는 것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통 점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상相 명命 점占으로 나눕니다. 상은 관상 수상과같이 운명 지어진 자신의 일생을 미리 보려는 것이며, 명은 사주팔자와 같이 자기가 타고난 천명, 운명을 읽으려는 것입니다. 상과 명이 이처럼 이미 결정된 운명을 미리 엿보려는 것임에 반하여 점은 ‘선택’과 ‘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 결정이 어려울 때 찾는것이 점입니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인간의 지혜와 도리를 다한 연후에 최후로 찾는 것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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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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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자연의 개념과 특히 자연을 생기의 장으로 이해하고 있는 동양적 체계에서 과잉 생산과 과잉축적의 문제는 바로 생성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근대사회의 신념체계인 자본주의의 성장 논리는 물론이고, 더욱 거슬러 올라가서 서구의 인본주의 자체가 반자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42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는 것(成人之美)을 인仁이라 합니다. 자기가 서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은 가치를 인간의 외부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종교적이고, 개인의 내부에 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주의적이 아닙니다. 동양학의 인간주의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인간을 배타적 존재로 상정하거나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두는 인본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P43 서양 문명이 과학과 종교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구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서양 문명뿐만 아니라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모순구조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중략-
동양적 구성원리에서는 그러한 모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화와 균형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중용이 그것입니다. 대립과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 대립의 두 측면이 적대적이 지 않다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P47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길을 잘못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P52 우리가 ‘시경’에 주목하는 이유는무엇보다 그것의 사실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지요. -중략-
우리가 ‘시경’의 국풍 부분을 읽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의 사실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지요. -중략-

P54 방어는 피로하면 꼬리가 붉어진다고 합니다.

P55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말로도 부족하고 노래로도 부족해서 춤까지 더해 그 깊은 정한의 일단이나마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P56 국풍은 각국의 채시관이 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백성들의 노래를 수집한 것입니다. 이처럼 백성의 노래를 수집하는 주나라의 전통은 한나라 이후에도 이어져 악부라는 관청에서 백성들의 시가를 수집하게 됩니다.
 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 思無邪라 하였습니다. 사무사는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특함이 없다는 듯은 물론 거짓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의 생각에 거짓이 없는 것으로 읽기도
하고 시를 읽는 독자의 생각에 거짓이 없어진다는 뜻으로도 읽습니다. 우리가 거짓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 시를 읽는다는 것이지요.

p67 서경은 2제(요,순), 3왕(우왕,탕왕과 문왕 또는 무왕)의 주고 받은 언言 즉 말씀을 기록한 것입니다. 중국에는 고대로부터 사관에 좌우 2사가 있었는데 좌사는 왕의 언을 기록하고 우사는 왕의 행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각각 ‘상서’와 ‘춘추’가 되었다고 합니다. 천자의 언행을 기록하는 이러한 전통은 매우 오래된 것입니다. 그리고 동양 문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사후의 지옥을 설정하는 것보다 훬씬 더 구속력이 강한 규제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자손 대대로 그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것은 대단한 영에가 아닐 수 없습니다.
 
P72 무일은 불편함이고 불편은 고통이고 불행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P75 레닌은 ‘우리는 어떤 유산을 거부해야 하는가?’ 라는 저서에서 역사공부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준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을 피력했지요. -중략-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은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무일’편을 통해 불편함의 의미를 한번 되씹어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P77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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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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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유럽 근대사의 구성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이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P26 (한자에 대해서) 과거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는 4,5년이면 뛰어난 문장력과 시작(詩作) 수준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과학적 방법이나 첩경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암기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성과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요.

저희 할아버님께서는 누님들의 영어 교과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그 뜻을 물어보시고는 길게 탄식하셨지요. 천지현황 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천지와 우주의 원리를 천명하는 교과서와는 그 정신세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P27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어학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P37 진리랑 일상적 삶 속에 있는 것이 아니며 고독한 사색에 의해 터득되는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통해)

 진리란 이미 기성의 형태로 우리 삶의 저편에 또는 높은 차원에서 마치 밤 하늘의 아득한 별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그것을 사랑하고 관조하는 구도 속에 진리는 존재합니다. 진리가 서양에서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신학적 문제임에 반하여 동양의 도道는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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