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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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자연의 개념과 특히 자연을 생기의 장으로 이해하고 있는 동양적 체계에서 과잉 생산과 과잉축적의 문제는 바로 생성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근대사회의 신념체계인 자본주의의 성장 논리는 물론이고, 더욱 거슬러 올라가서 서구의 인본주의 자체가 반자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42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는 것(成人之美)을 인仁이라 합니다. 자기가 서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은 가치를 인간의 외부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종교적이고, 개인의 내부에 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주의적이 아닙니다. 동양학의 인간주의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인간을 배타적 존재로 상정하거나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두는 인본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P43 서양 문명이 과학과 종교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구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서양 문명뿐만 아니라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모순구조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중략-
동양적 구성원리에서는 그러한 모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화와 균형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중용이 그것입니다. 대립과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 대립의 두 측면이 적대적이 지 않다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P47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길을 잘못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P52 우리가 ‘시경’에 주목하는 이유는무엇보다 그것의 사실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지요. -중략-
우리가 ‘시경’의 국풍 부분을 읽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의 사실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지요. -중략-

P54 방어는 피로하면 꼬리가 붉어진다고 합니다.

P55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말로도 부족하고 노래로도 부족해서 춤까지 더해 그 깊은 정한의 일단이나마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P56 국풍은 각국의 채시관이 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백성들의 노래를 수집한 것입니다. 이처럼 백성의 노래를 수집하는 주나라의 전통은 한나라 이후에도 이어져 악부라는 관청에서 백성들의 시가를 수집하게 됩니다.
 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 思無邪라 하였습니다. 사무사는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특함이 없다는 듯은 물론 거짓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의 생각에 거짓이 없는 것으로 읽기도
하고 시를 읽는 독자의 생각에 거짓이 없어진다는 뜻으로도 읽습니다. 우리가 거짓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 시를 읽는다는 것이지요.

p67 서경은 2제(요,순), 3왕(우왕,탕왕과 문왕 또는 무왕)의 주고 받은 언言 즉 말씀을 기록한 것입니다. 중국에는 고대로부터 사관에 좌우 2사가 있었는데 좌사는 왕의 언을 기록하고 우사는 왕의 행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각각 ‘상서’와 ‘춘추’가 되었다고 합니다. 천자의 언행을 기록하는 이러한 전통은 매우 오래된 것입니다. 그리고 동양 문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사후의 지옥을 설정하는 것보다 훬씬 더 구속력이 강한 규제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자손 대대로 그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것은 대단한 영에가 아닐 수 없습니다.
 
P72 무일은 불편함이고 불편은 고통이고 불행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P75 레닌은 ‘우리는 어떤 유산을 거부해야 하는가?’ 라는 저서에서 역사공부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준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을 피력했지요. -중략-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은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무일’편을 통해 불편함의 의미를 한번 되씹어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P77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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