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체온 – 계수님께, 1976,2.11>
흉회쇄락 胸懷灑落, 광풍제월 光風霽月 (胸 가슴 흉, 懷 품을 회, 灑 뿌릴 쇄, 霽 비 갤 제): 가슴속이 맑고 깨끗하기가 눈비 갠뒤의 맑은 바람이나 밝은 달과 같다네.
*쇄락: 무더운 여름에 덥고 답답한 공기로 가득찬 허공에물을 뿌리고 나면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시원함을 의미한다.
염려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었다는 기쁨은 흡사 소년들의 그것처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보이고 싶고
<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 아버님께, 1976. 5.3 >
P110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이 대학 장구의 진의는 그 시간적 순차성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 각각의 상호연관성, 그 전체적 통일성에 깊은 뜻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바깥의 修身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있다면 그것은 수신이 아니라 기실 소승의 목탁이거나 아니면 한낱 이기의 소라껍데기에 불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치국 앞선 제가란 결국 부옥의 맹견과 그 높은 담장을 연상케 합니다. 평천하를 도외시한 치국, 이것은 일제의 침략과 횡포를 그 본보기의 하나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고한 경험 – 아버님께, 1976.6.2>
P111 잡초를 뜯어서 젖을 만드는 소처럼 저는 간고한 경험일 수록 그것을 성장의 자양으로 삼으려 합니다.
*간고한: 艱 어려울 간, 苦 괴로울 고
<비행기와 속력 – 계수님께, 1976.6.2>
P112 하늘의 비행기가 속력에 의하여 떠 있음에서 알수 있듯이,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생활의 제측면이 일관되게 정돈될 수 없음은 물론, 자신의 역량마저 금방 풍화되어 무력해지는 법입니다.
<인도와 예도 – 아버님께, 1976,7.5>
P113 인도 人道는 예도 藝道의 장엽을 뻗는 심근인 것을, 예도는 인도의 대하로 향하는 시내인 것을, 그리하여 최고의 예술 작품은 결국 ‘훌륭한 인간’, ’훌륭한 역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신행 기념여행을 기뻐하며 – 아버님께, 1976.9.13>
P114 겨울이 또 다가오고 있지만 이곳의 저희들은 여전히 건강합니다. 다만 ‘여전한’ 생활 속에 ‘여전한’ 내용이 담기면 담긴채 굳을까 걱정입니다.
고인 물, 정돈된 물, 그러나 썩기 쉬운 물, 명경같이 맑은 물, 얼굴이 보이는 물, 그러나 작은 돌에도 깨어지는 물입니다.
<꽃과 나비 – 영석에게, 1977.5.20>
P121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요구되는) 인간적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단지 ‘형’이라는 혈연만으로서 ‘형’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가 너의 형이 되기를 원하는 한, 나 자신의 도야를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해 본다.
<버림과 키움 – 아버님께, 1977.6.8>
P123 10년, 저는 많을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