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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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자>
P101 미 美자는 양 羊 대 大의 회의로서 양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큼직한 양을 보고 느낀 감정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다. 그 고기를 먹고 그 털을 입는 양은 당시의 물질적 생활의 기본이었으며, 양이 커서 생활이 풍족해질 때의 그 푼푼한 마음이 곧 미였고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답다’는 것은 ‘알 만하다’는 숙지 (熟知, 熟 익을 숙), 가지 (可知) 의 뜻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미의식의 형성과 미적 가치판단의 훌륭한 열쇠를 주고 있다. 이를테면 너의 머릿 속에 들어앉은 이러저러한 여인상이 바로 너의 미녀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기실 너는 사제의 도량형기로써 측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네가 아름다운 (可知) 여자가 어머니에게는 모름다운 (不知) 여자가 되는 차이를 빚는다.

P102 미는 또한 , 신선미 즉 미의 지속성을 그 본질로 한다. 부단히 자기를 갱신하지 않는 한 미는 지속되지 않는다. 정체성은 미의 반어이며 권태의 동의어이다.

그러므로 너는 그녀가 어떠한 여자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를 반드시 요량해 봐야 한다.
착한 아내, 고운 며느리, 친절한 엄마, 인자한 시어머니, 자비로운 할머니 등 긍정적 미래로 열려있는 여자인가 현재 속에 닫혀있는 여자인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은 현재를 고정불변한 것으로 완결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연관속에서 변화발전의 부단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이며, 현실성보다는 그 가능성에 눈을 모으는 열려있는 시각이다.

사실이지 사람이란 사과와 같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반려이며 생활을 통하여 동화, 형성되어 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면밀한 선택으로부터 좀 대범해져도 좋을 것이다. ‘부모나 형제를 선택항 출생하는가’라는 현문앞에서는 답변이 없어진다.
너는 아직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만큼 천의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좋은 시어머님 – 어머님께, 1976.1.19>
P106 제가 어머님께 바라고 싶은 것은젊은 사람한테 자꾸 배우시라는 것입니다. 진정 젊어지는 비결은 젊은이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길 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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