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55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슬픔이나 비극을 인내하고 위로해주는 기쁨, 작은 기쁨에 대한 확신을 갖는 까닭도, 진정한 기쁨은 대부분이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만약 물 物에서 오는 것이라면 작은 기쁨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렵겠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믿어도 좋다. 수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P67 과거가 가장 찬란하게 미화되는 곳이 아마 감옥일 것입니다. 감옥에는 과거가 각박한 사람이 드뭅니다. 감옥을 견디기 위한 자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이 자위는 참혹한 환경에 놓은 생명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명운동 그 자체라고 생각됩니다.

<염려보다 이해를 – 아버님께, 1972.3.16>
P82 예(例 법식 예) 하면 근간에 읽으신 서 書, 문 文에 관한 소견이라든가 최근에 겪으신 생활 주변의 이야기라든가 하는 그런 구체적인 말씀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염려의 편지’가 ‘대화의 편지’로 바뀌어진다면 저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님이 편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86 독서보다는 사색에 더 맘을 두고 지식을 넓히는 공부보다는 생각을 높이는 노력에 더 힘쓰고 있습니다.

P97 지자 知者는 막여부 莫如父 (莫 없을 막): 아들의 됨됨이는 아버지만큼 알 수가 없다

P100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似 같을 사) 이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 지식을 넓히기 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 思沈 (沈 잠길 침)하여야 사무사 思無邪 할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사무사 思無邪: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