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역시 겨울 – 부모님께, - 1980, 1.10>
P172 부모지년 불가부지 일즉회 일즉구 父母之年 不可不知 一則喜 一則懼 (懼 두려워할 구)
부모님의 연세는 한편으로 기쁨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두려움입니다.
<서도 – 부모님께, 1980.2.2>
P174 천하의 선비로서도 부족하여 고인을 읽는다는 ‘맹자’의 일절이 상기됩니다. 항상 생활 속에서 먼저 깨닫기도 하고 독서가 결코 과욕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절제하고 있습니다.
<꿈마저 징역살이 – 계수님께, 1980.2.27>
P176겨울밤 단 한명의 거지가 떨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겐 행복한 밤잠의 권리는 없다던 친구의 글귀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불행이란 그 양의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메리골드 - 형수님께, 1980.6.19>
P182 작업장 창문턱에 ‘메리골드’라는 꽃 한 포기를 올려놓았습니다. 메마른 땅에 살고 잇는 제 족속들과는 달리 엄청난 가뭄의 세월을 알지 못한채, 주전자의 물을 앉아서 받아마시는 이 작은 꽃나무는 역시 땅을 잃은 연약함을 숨길 수 없습니다.
창문턱에서 내려와 쓰레기통 옆의 잊혀진 자리에서 꽃나무는 저 혼자의 힘으로 힘차게 팔을 뻗고 일어서 있었습니다. 단단히 주먹 쥔 봉오리가 그 속에 빛나는 꽃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 형수님께, 1980,7.7>
P183 형님께서도 어려움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어려운 때 더욱 지혜로워야 한다는 뜻이라 믿습니다.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 부모님께, 1980,7.28>
P184각자가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 깊숙이 발목 박고 서서 그
‘곳’에 고유한 주관을 더욱 강화해가는 노력이야말로 객관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곳’이,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전체와 튼튼히 연대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사고의 동굴을 벗어나는 길은 그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맹자’의 일절이 상기됩니다.
"활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방패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할까 두려워한다."
<떠남과 보냄 – 계수님께, 1980.11.10>
P194 세상의 슬픔에 자기의 슬픔 하나를 더 보태기 보다는 자기의 슬픔을 타인들의 수 많은 비참함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겸허함을 배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