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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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요설 – 계수님께, 1980 세모에>

P203 숲속에 흔히 짐승들이 사람을 피해 숨어 살듯이 장광설은 부끄러운 자신을 숨기는 은신처이기도 합니다.

침묵과 요설은 정반대의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도 똑같이 그 속의 우리를 한없이 피곤하게 하는 소외의 문화입니다.

<나막신에 우산 한 자루 – 계수님께, 1980. 4.27>

P211 있으면 없는 것보다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완물상지(玩物喪志, 玩 희롱할 완, 喪 죽을 상), 가지면 가진 것에 뜻을 앗기며, 물건은 방만 차지함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마음속에도 자리를 틀고 앉아 창의를 잠식하기도 합니다.

이기(利器)를 생산한다기 보다 ‘필요’ 그 자체를 무한정 생산해내고 현실을 살면서 오연히 자기를 다스려 나가기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릇은 그 속이 빔 虛으로써 쓰임이 되고 넉넉함은 빈 몸에 고이는 이치를 배워 스스로를 당당히 간수하지 않는 한, 척박한 땅에서 키우는 모든 뜻이 껍데기만 남을 뿐임이 확실합니다.

* 오연히 (傲然, 傲 거만할 오, 然 그럴 연 - 태도가 거만하거나 그렇게 보일 정도로 담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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