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0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P17 빨간 사과, 빨간 색은 사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과 표면에 반사된 빛의 파장이 우리의 시각세포를 흥분시키고, 이 신경반응을 뇌에서 합성해 ‘빨갛다’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약 빨간색이 사과 자체에 묻어 있다면 사과는 항상 빨갛게 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색맹인 내 친구에게 사과는 빨갛게 보인적이 없다. 즉, 사과의 빨간색은 사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본사람의 머릿 속에서 생겨나는 경험이다.

P23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게 자기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전거 도둑>
P45 도둑질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수남이는 스스로 그것은 결코 도둑질이 아니었다고 변명을 한다. 그런데 왜 그 때 그렇게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하니 기분이 좋았던 것인가? 문제는 그 때의 쾌감이었다.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이었다.

오늘 한 짓이 도둑질이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 도둑질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의 일이 자기와 정녕 무관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그러웠다.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님은 자기가 한 짓을 나무라기는 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운 텃다" 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아마 내일도 바람이 불었으면,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을 보았으면. 마침내 결심을 굳힌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시인의 꿈>
P89 "문명이 한 일은 그 다음 일이란다. 문명은 사람에게 해로운 곤충을 닥치는 대로 죽였지. -중략-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곤충을 멸종시키려고 한 노릇이 결과적으로 이로운 곤충의 먹이를 없애는 일이 되고, 그 일이 자꾸만 얼어나면서 곤충 세계의 조화는 깨어지고 말았단다.

P93 "시가 정말 쓸모없는 거라면 없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우리 엄마가 아이들한테 제일 많이 하는 잔소리도 ‘쓸모없는 건 제때 제때 내버려라’ 인걸요" (아이)

P94 "무엇이 쓸모있는냐가 문제였지. 그 시절 사람들은 몸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있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건 무시하려 들었으니까." (시인 할아버지)
-중략- "살맛이란, 나야말로 남과 바꿔치기 할 수 없는 하나 뿐인 나라는 것을 깨닫는 기쁨이고, 남들의 삶도 서로 바꿔치기할 수 없는 각기 제 나름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 아껴주고 사랑하는 기쁨이란다."

P96 "요새 떠 다니는 말은 새로 생긴 물건의 이름하고, 그걸 갖고 싶다는 욕심을 위한 말이 전부지. 그러나 시를 위한 말은 그런 물건에 대한 욕심과는 상관없는 마음의 슬픔, 기쁨, 바람 등을 나타내는 말이란다."

P98 "할아버지, 이상해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있으려니까 괜히 가슴이 울렁거려요. 이런 느낌은 처음이예요." (아이)
"아이야, 고맙다, 할아버지가 이제부터 말을 얻어다 시를 써도 늦지는 않겠구나, 시인의 꿈은 가슴이 울렁거리는 사람과 만나는 거란다."

<옥상의 민들레꽃>
P104 궁전 아파트 사람들이 이제껏 행복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줬기 때문이니까요. 그것은 마치 엄마의 보석반지가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보석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보석이 진짜라는 보석장수의 보증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P127 그때 나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나에겐 나의 가족이 필요한데, 나의 가족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었습니다. -중략- 나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없어져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데, 무슨 재미로 살아가겠습니까?

P129 도시로 부는 바람을 탄 민들레 씨앗들은 모두 시멘트로 포장한 딱딱한 땅을 만나 싹트지 못하고 죽어버렸으련만, 단 하나의 민들레 씨앗은 옹색하나마 홁을 만난 것입니다.
흙이랄 것도 없는 한 줌의 먼지에 허겁지겁 뿌리내리고 눈물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꽃을 보자 나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임금님>
P158 권력과 재산이 있을 때에는 가족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나, 내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나를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우린 이제 부족한 것 투성이입니다. 부족한 것은 사랑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서로 더 많이 사랑하고자 애쓰다보니, 보시다시피 이렇게 행복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 달고 살아남기 -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65
최영희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60 "내는….. 바이킹 같이 타줄 사람이 좋다." (진아)
바이킹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줄 사람. 그래서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서로 붙잡아 주면서 만세도 같이 부를 사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널을 뛰는 게 실은 우리가 아니라 세상이라고 속삭여 줄 사람…

P173 속이 답답했다. 도로시와 토토를 날려버린 캔자스의 토네이도가 진주시 어느 하숙집 골목도 휩쓸고 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봤다 한다. -중략- 이건 음모다! 이 세상에 지금껏 내가 몰랐던 거대한 음모가 있는게 틀림없다. -중략-
세상에는 어떤 비밀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첫번째 강령은 ‘좋게 좋게 사건을 덮어라.’ 라는 것이며, 이 단체가 하는 일은 진실을 규명하는 게 얼마나 지난하고 피곤한 일인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세뇌시키는 것이다. 끝까지 세뇌당하지 않고 사건을 파헤치려는 자들에겐 모종의 보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P174 지하실 사건이 벌어지던 밤, 나는 물리의 도움으로 신우가 나만의 환상이라는 걸 확실히 자각했다.
내가 신우에게 반응하지 않으면 신우는 나 외의 사람들을 털끝만큼도 건드릴 수 없었다.

P175 나를 뼛속까지 이해하는 사람이 신우 뿐이라면, 설사 환상이라 해도 그 손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숨이 막히고 누구 하나 날 이해해주지 못하는 세상이 진짜인지,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여도 나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품어주는 신우가 진짜인지, 나는 그 물음에 답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P179 나는 혼자였고 골목은 컴컴했지만 외롭지 않았다. 내겐 동네 친구가 있으니까,
생텍쥐베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 했다.
내게 이 허름한 동네가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핑크색 캐롤 잠옷을 입은 물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내가 애착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무모하고 불온해지기, 갈데까지 가보기, 나는 원래 인애 파일의 공유자였다. 그 말은 내게 원래 파트너가 있었다는 뜻이다.

P182 지구의 역사에도 빙하기와 간빙기가 갈마든다. 그러니 한 인간의 시간도 시기마다 결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인애의 경우엔 그 시간이 생각기와 수다기로 나뉠 뿐이다.

P187 "그라믄 이라고 있지 말고 발로 뛰댕김시로 확인해 봐라. 총무말만 믿지 말고, 그 인간이 말한게 사실인지 하나하나 따져 보란 말이다." (진아)

P190 하여튼 우린 한배를 탄 사이, 한 캐롤카를 탄 사이가 되었다.

P198 "아줌마 (꽃년이)는 참 게으른 사람 같십니더,
내는 아줌마 젊었을 적 얼굴이랑 닮은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이리 아줌마를 찾아나섰는데, 혹시나 아줌마가 내를 알까해서 말입니더.
그란데 아줌마는 참말로 미련하고 더럽고 못됐십니더." (진아)

P208 내가 까발려 버린 물리 민낮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적당히 꾸민 모습, 고등학교 선생이라는 배역에 걸맞은 외양을 원했던 거다.

P209 "샘은 어벤져스다.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그 딴거 다 힙친 캐릭터다. 다 되니까, 상담되지, 득달같이 달리오지, 차 있지, 운전 잘 하지…" (진아)

P220 마을회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감진 마을 박진아가 꽃년이를 찾더라는 얘기를 장터 곳곳에 뿌려두었다.
그 말들이 또 이렇듯 실체화되었다.

P231 엄마와 동네 노인들이 꽃년이를 왜 쫓아내지 않았는지 알것 같았다. 그건 그들이 더러운 포대기에 싸인 갓난 아기를 내치지 않았던 바로 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열일곱해 전에 나를 안아 올려 박도열씨네 안방에 뉘어 주었던 저들의 진심을 알고 있다. 내가 찾아낸 꽃년이를 저들은 마을회관에 뉘어 놓았다. 열일곱해 전에 내가 겪은 기적이 꽃년이에게서 재생되고 있었다.

P236 암환자는 종양을 때어 내야 하고, 나는 신우의 환상을 떼어 내야 하는 거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는 가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 달고 살아남기 -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65
최영희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32 인애랑 절교 아닌 절교를 하고 난 뒤 거위와 셰펴드의 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괴물같은 셰퍼드를 잡아 세운 건 거위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
그건 셰퍼드와 거위가 공유한 기억, 둘만의 시간이었다. (어릴적부터 함께 자란 거위와 셰퍼드) 제 아무리 성질 사나운 셰퍼드여도, 그 시간의 지배를 받는 거였다.
나를 일상에서 건져낸게 신우라면, 내 머릿속에 몰아치는 광증에서 나를 건져 내는 건 늘 인애였다. 그런 인애가 없으니까 내가 차츰 괴물 셰퍼드로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중략- 슈퍼 아저씨한테 쫓겨나 하숙집 골목에 서서 질척질척 울어대면서 깨달았다. 그날 장터에 두고 온 건 인애가 아니라, 인애로 대변되는 나의 세상이었다. 나는 그 세상을 두고 신우 손을 잡아 버린것이다.

P138 언젠가 물리 시간에 들은 반물질 이야기가 떠 올랐다. "보통 전자는 마이나스 전하를 가지고 있다. 그란데, 전자의 반물질이라는 게 있거등. 그거는 뿌라스 전하, 즉 양 전하를 가지고 있다. 이런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믄 무슨 일이 생길까? 뭐 다들 아무 생각이 없제? 쯧쯧, 둘이 만내믄 서로 상쇄돼가 빛으로 바뀌뿐다.
그래서 호킹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당신의 반물질을 만내거들랑 절대로 악수를 하지마라.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보믄…."
그날 물리에게서 들은 대로라면 나는 지금 현실과 반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거다.
신우가 찾아오기전 나의 삶은 지난 열여덟 해의 하루하루가 쌓인 현실이었다. 인애가 있고, 앙주 옷집 반바지가 있고, 엑스파일 DVD와 조미 쥐포가 있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내 눈 앞에 또 하나의 현실이 나타났다. 신우가 돌아온 것이다. 구정물을 뒤집어쓰고 달아났던 녀석은 훌쩍 자라난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현실은 벌써 부딪치기 시작했다 퉁퉁 충돌하다 마침내는 물리의 말처럼 빛으로 바뀌어 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이 팽팽한 싸움의 끝은 나의 소멸이다.

P140 "내를 이해하는 건 니밖에 없고, 니를 이해하는 건 내 밖에 없다. 우리 세상에 우리 둘 뿌이다. 모리겄나? 인애라 그랬제? 니 친구, 그 아가 참말로 니를 이해해 줄것 같나? 그 아는 니 인생에 별 관심없다. 갸는 지한테 더 가까운 친구가 생기면 그날로 니를 퇴장시킬 사람이다.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나중에 함봐라. 니 인생에 끝까지 남는게 낸지 인애라는 그 안지." (신우)

P144 인애가 물었다.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진 자리, 나는 그게 뭔지 이미 알고 있다. 나이 많은 엄마와 소통이 안 될때, 친구들의 젊은 엄마 아빠를 볼 때, 나는 그 자리를 생각했다. 종이 인형을 오려낸 자국 같기도 하고, 스티커를 때어낸 자국 같기도 한 누군가의 빈자리, 그 자리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지만 언제부턴가 거기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자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걸 알려준게 신우였다.

P148 "그래, 새 남자, 니 아기 손에서 사탕을 빼앗으면 우찌되는 줄 알제? 아가 자지러진다. 그래서 아기 손에서 사탕을 빼앗을 때는 다른 걸 쥐여줘야 된다. 내는 지금 니한테서 강신우를 빼앗을 참인데, 니가 그걸 못견딜것 같으니까 딴거를 줄라는 기다. 새 남자!" (인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 달고 살아남기 -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65
최영희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43 연어들은 치어 시절에 떠나온 고향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 철새들은 머릿 속에 자석이 들어 있어 지구가 일러주는 대로, 고향을 더듬어 간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던 순간과 신생아 적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은 물어물어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어릴 적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SNS에 자기 사연을 올리는 것도, 십수년전에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가 전단을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은폐되고 잊힌 시간을 거슬러 가려면 그 수 밖에 없으니까.

P47 저녁 노을이 붉은 까닭은 태양 광선이 공기와 만나 푸른 빛을 산란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을이 붉은 줄만 알지. 그것이 잃어버린 푸른 빛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사라진 것들에 연연하다가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지난 일을 캐묻는 걸 싫어하는 것도 그 때문일 거다. 그래서 어른들한테 뭔가를 물을 때는 머리를 굴려야 한다. 지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잃어버린 푸른 빛에 대한게 아니라 붉게 타오르는노을에 관한거라고 믿게끔 해야 한다.

P48 꽃년이가 이 장에 왔었느냐고 물었을 때 대꾸도 없던 생선 장수 할머니는 꽃년이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다는 말에 반응을 보였다. 역시 어른들은 과거 지향적 화법을 싫어한다.

P57 찰흙 인간은 금세 딱딱해져서 정수리부터 쩍쩍 갈라져 버린다. 죽기 직전 찰흙 인간은 짧은 인생의 깨달음을 내게 주었다. 인생 잠깐이다. 언제까지 내가 말랑말랑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금방 돌 된다. 그런곤 투둑, 머리부터 떨어져 나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